“이번에 진짜 안 올리면 폭동날 걸요?”
국제부에서 근무하는 한 기자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시작되면 바빠지겠다는 대화 끝에 나온 말이었습니다. “1년 준비한 장사라 괜찮아요”란 그의 대답에 ‘밀당 끝났다’라는 안도감이 묻어났습니다.
주식 시장도 같은 생각인가 봅니다. 15일(현지시간) 다우지수가 이틀째 오름세를 이어가며 1만7500선을 회복했습니다. 오늘(16일) 코스피도 상승 마감했네요. 월스트리트저널이 전문가 65명에게 설문조사를 했더니 63명이 금리 인상에 표를 던졌다고 합니다.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는 그 가능성을 80%로 보고 있고요. 누구의 말처럼 이번에 안 올리면 폭동까진 아니더라도 사달이 나긴 하겠네요.
불확실성이 제거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투자자들은 벌써 축배를 들고 있지만, 사실 미국의 금리인상은 빚 많은 우리에겐 악재입니다. 대출금리가 올라가면 이자 부담이 늘어나니까요. 예전엔 부동산값이 오르면 ‘한 방’에 해결할 수 있겠지만 최근 들어 집값도 내려가고 있어 쉽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얼마나 될까요. 가계부채는 은행의 가계대출과 2금융권 판매신용(신용카드 사용액)을 합쳐서 따지는데요. 한국은행에 따르면 3분기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166조원에 달합니다. 전분기와 비교하면 34조5000억원 늘어난 수치입니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올해 연말 가계부채는 12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미국이 금리인상을 한다고 해서 우리도 곧바로 따라 올리는 건 아닙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이 같은 가능성에 대해 선을 그었죠.
그러나 무작정 따로(비동조화) 가기는 힘듭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달러화 매력은 커지겠죠.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신흥국 주식과 통화를 외면할 테고요. 아직도 모건스탠리 인터내셔널(MSCI)지수에서 신흥국 시장으로 분류되는 우리 경제에게 부담입니다.
은행 대출을 받은 분들이라면 이 글을 읽으면서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겁니다. “이자를 얼마만큼 더 내야 하나?”
오제세 의원(새정치민주연합)에 따르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경우 대출 이자비용은 연간 1조7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추정됩니다. 만약 금리가 2%포인트 오르고 집값이 10% 떨어진다면 154만7000가구는 빚을 갚지 못하는 ‘위험 가구’로 내몰립니다. 얄팍해진 주머니에 빚으로 겨우겨우 대출 이자 갚는 저소득층은 물론, 자가주택 거주자도 힘들어지죠.
비구름이 몰려오는데 마냥 손 놓고 있을 순 없습니다. 우산을 준비해야겠죠. 우선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아 3년 넘게 이자를 갚고 있는 사람이라면 고정금리로 갈아타는 게 유리합니다.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의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코픽스(COPIX)는 최근 두 달 새 0.2%포인트 올랐습니다. 지난해 12월부터 줄곧 떨어지다 지난 10월 상승세로 돌아섰죠.
전문가들은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3% 중반대인 변동금리가 최고 5%까지 오를 것이라고 말합니다. 현재 KB국민은행에서 판매 중인 10년 만기 주담대 고정금리(거치)가 3.90%이니 갈아타는 게 확실히 이득이네요.
주담대를 받은 지 3년이 안 된 대출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중도상환수수료를 물더라도 고정금리로 전환하는 게 낫습니다. 1억원을 빌렸다면 예전엔 150만원을 중도상환수수료로 내야 했지만 요즘엔 은행들이 수수료율을 인하해 70만원만 지급하면 됩니다.
대출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도 따질 게 많아집니다. 내년부터 주담대 심사가 강화되거든요.
만약 1년에 3000만원을 버는 홍길동 씨가 3억원짜리 주택을 구입한다면 지금은 은행에서 최고 2억1000만원까지 빌릴 수 있습니다. 원리금균등분할로 만기 10년, 금리 2.5%를 적용하면 총부채상환비율(DTI)이 79.2%가 나오거든요. 가이드라인인 80%를 넘지 않죠.
하지만 내년 2월부터는 여기에 상승 가능금리(스트레스 금리)가 반영됩니다. 실제 적용금리 2.5%에 스트레스 금리 2.7%를 더한 5.2%로 DTI를 따지죠. 이 공식으로 계산하면 최대 대출한도는 1억8700만원이 됩니다. 반드시 2억1000만원을 빌려야 한다면 스트레스 금리가 없는 고정금리 주담대로 받으면 됩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정말 늦은 거다”라는 말이 있죠. 이자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내려면 서둘러 대출 리모델링을 해야 합니다. 올해가 가기 전에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