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배고파”, “기분이 별로야”, “엄청 피곤하네…”, “와우 축하해!”
평상시 지인들과 나누는 다양한 말들을 이처럼 글로 표현하면 참 재미없고 평범하다. 특히 복잡·다양·미묘한 감정들을 글로 표현하기에는 참 부족하고 답답하다. 이 같은 심정을 어찌 간파했는지 어느 순간 메신저 이모티콘이라는 게 세상에 나왔다. 이모티콘 하나로 참 세련되게 나의 상황을 표현할 뿐 아니라 센스도 보여줄 수 있다.
일례로 어떤 순간에 좌절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을 때 “나 좌절이야”라고 표현하기보다 ‘무릎 꿇고, 앞으로 몸을 숙이고, 눈을 감은 채 주먹은 불끈 쥐고, 머리 위에는 까만 그림자가 드리우는’ 그야말로 제대로 좌절 모드를 표현해주는 이모티콘 하나면 끝이다.
지인 간 오가는 수많은 메신저 이야기 속에서 감정을 특유의 캐릭터로 담아 전달하는 이모티콘들은 우리들의 일상 속에 자연스레 스며들어 공감의 매개체가 되고 있다. 이에 네이버·카카오 등 메신저 업체들은 올해 들어 수년간 진행해 온 이모티콘 캐릭터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네이버는 지난 3월, 카카오 지난 6월에 캐릭터 산업 부문을 신설할 정도로 공을 들이고 있다.
우선 카카오는 카카오톡 채팅방을 통해 카카오프렌즈란 이름의 캐릭터 상품을 선보였다. 이 상품들은 2013년 4월 판매 시작과 동시에 7시간 만에 동나기도 했다. 또 지난해 4월 신촌을 시작으로 대구, 서울 코엑스, 부산, 광주 등 전국 15개 주요 지역에 브랜드 스토어를 오픈했다. 식음료·생활용품·문화·패션 등의 다양한 분야의 브랜드들과의 제휴를 진행해 사용자층도 세분화하고 있다.
네이버도 캐릭터 사업에 열성이다. 이들은 라인 캐릭터인 라인프렌즈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을 방영하고 대만 타이베이에서 캐릭터 체험 테마 공간인 ‘LINE FRIENDS 호동낙원’을 운영하기도 했다. 앞서 라인은 2013년 10월 서울 명동에 최초로 라인프렌즈 팝업스토어를 오픈한 이후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태국·홍콩·싱가포르·일본·중국 등 해외 각지에 39개에 달하는 팝업스토어를 개장했다. 현장에서는 80종 400여 제품을 살 수 있으며 주요 매장은 일평균 방문객이 6000여명에 달한다. 라인은 또 문구·인형·의류 등 다양한 상품에 적합한 캐릭터를 개발 중이다. 특히 최근에는 다른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사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메신저 시장에서 한국처럼 메신저 이모티콘이 캐릭터 사업으로까지 발전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며 “이모티콘이 이를 개발하는 작가와 사업을 운영하는 회사에는 수익 창출 기회가 된다면 이용자에겐 풍부한 감정 표현의 수단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