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타임스(NYT)가 5일(현지시간) 1920년 이후 95년 만에 처음으로 1면에 사실을 싣고 총기규제 강화를 촉구했다.
‘총기 창궐(The Gun Epidemic)’이라는 제목으로 1면 왼쪽에 게재된 사설은 “사람들이 잔혹하게 빠르고 효율적으로 살인하려는 목적으로 설계된 무기를 합법적으로 구매할 수 있다는 사실은 도덕적으로 격분할 일이며 국가적 수치”라고 주장했다.
신문은 최근 14명이 숨진 비극적인 참사가 일어난 캘리포니아주는 물론 콜로라도와 오레곤 등 총기난사 사고가 일어난 주들을 거론하면서 미국 지도자들이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보다는 더욱 강력한 총기를 만들어 이익을 얻는 산업체를 지원하고 있는 것에 분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NYT는 미국 지도자들이 총기사건 희생자에 대한 애도를 표시하기만 하고 대량 살상을 일으키는 총기에 대해서는 가장 기본적인 규제도 거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신문은 어떤 법이라도 총기를 입수해 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완전히 막을 수 없으며 총기보유는 헌법 상에 보장된 권리라는 총기규제 반대론자들의 주장을 소개했다. 이어 프랑스 영국 노르웨이 등 규제에도 총기난사가 일어난 국가를 거론하면서 이들 국가는 그래도 최소한의 노력이라도 하는데 미국은 그렇지 않으며 오히려 정치인들이 장래의 살인자에게 총기시장을 만들어 그들의 범행을 사주하고 유권자들은 이런 정치인이 자리를 보전하도록 허용한다고 비판했다.
발행인인 아서 설즈버거 2세 회장은 “디지털 시대에도 1면은 여전히 주의를 끌어야 할 이슈를 표면화하는 매우 강력한 방법”이라며 “우리나라가 자국민 보호에 실패했다는 것보다 중요한 이슈가 무엇인가”라며 95년 만에 1면에 사설을 실은 이유를 설명했다.
NYT는 지난 1920년 워런 하딩 전 미국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 후보로 지명된 것을 혹평한 것이 1면에 마지막으로 사설을 게재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