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행위 등의 중과실이 없었다면 향후 은행의 대출 부실이 드러나더라도 면책해 주는‘은행법 개정안’이 4일 발의됐다. 안전성을 앞세운 담보 위주의 대출 관행을 개선하고 신용대출 위주로 전환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이는 최근 당정협의에서 합의한 금융개혁 일환으로 새누리당 금융개혁위원회 간사인 박대동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은행 임직원에 대한 제재 규정을 담은 은행법 제54조에 면책 조항을 신설했다.
△금융관련 법규를 위반한 경우 △고의 또는 중과실로 신용조사·사업성 검토 및 사후관리를 부실하게 한 경우 △금품 등 부정한 청탁에 따른 여신의 경우 등 3가지 사유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지 않는 한 향후 대출 부실이 드러나도 해당 임직원의 면책을 보장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위험부담이 있는 신용대출을 할 때 은행 측의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신용평가 체계가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분별한 대출로 은행과 기업의 부실, 신용불량자 양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가장 큰 벽은 야당이다. 은행법을 다루는 국회 정무위원회 야당 관계자는 “지금으로선 이 개정안을 통과시킬 생각이 없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밝혀 난항을 예고했다.
금융개혁위 소속 유광열 수석전문위원은 “쉽지 않겠지만 19대 국회에서 개정안이 처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개혁위는 대출관행 개선 외 다른 금융개혁 과제에 대해서도 고삐를 바짝 당기고 있다. 은행, 보험, 금융투자업의 겸영·부수업무에 대한 사전신고제를 폐지하고 사후신고제로 전환하는 규제 완화 법안들을 제출했고, 보험사기 특별법은 여야 합의를 끌어내면서 이달 중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커졌다.
개인자산종합관리계좌(ISA)의 비과세 혜택 확대와 인터넷은행의 10%대 중금리 대출상품 도입도 확정됐다. 보이스피싱 방지 사업은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했다.
반면 산업자본의 인터넷전문은행 지분 보유 한도를 50%로 완화하는 은행법 개정안 처리는 사실상 무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