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ture of Sound’
30분 남짓 진행한 제품 프레젠테이션 시간 동안 머릿속을 맴도는 단어는 오직 저것 뿐이었다. 높이 125cm, 무게 137kg의 베오랩 90이 온갖 소리를 정신없이 쏟아내는 바람에 이미 혼이 반쯤 나가있는 상태였으니까.
포뮬러원(F1)이 최상의 재료와 기술력으로 만들어지듯, 이 스피커 역시 플래그십에 걸맞은 재료와 공법을 통해 제작했다. F1 기술이 단계적으로 양산차에 적용되듯이 스피커 제작에 사용한 기술과 노하우는 하위 모델에도 적용할 예정이라고. 일례로 아우디 A8 대시보드 위 트위터 스피커는 10년 전 베오랩 5의 트위터 기술을 차량용 오디오 시스템에 적용한 사례.
베오랩 90은 실제 B&O 사용자의 성향을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상품 개발에 2년의 시간을 쏟아부었다고.
총 3곡을 데모로 시연했는데 첫 곡은 듣는데 정신이 팔리는 바람에 곡명도 메모할 여력이 없었다. 두 번째 곡은 크리스 존스의 ‘no sanctuary here’. 아마도 Stockfisch-Records의 오디오파일 소스인 것 같다. 고음질 레이블을 전문으로 생산하니 자신의 귀가 나름 고급이라고 생각하면 한 개쯤 소장해도 나쁘지 않은 레이블이다. 특히 이 곡은 젠하이저 HD800 헤드폰에 데모CD 번들로도 수록될 정도로 유명하다. 물론 앞서 얘기한 곳에서 찍어낸 동일한 레이블이다.
공간감, 해상력은 물론이고 바닥에 쫙 깔린 채 바짓단을 간지럽히던 베이스, 맑지만 귀를 안 괴롭히는 하이햇 소리까지. 바로 앞에서 부르는 것 같다. 사운드 감상에 최적화된 스윗 스팟을 자동으로 찾아준다더니. 남자의 저음이 이렇게 소름 돋는 주파수인지 이제서야 깨닫고 말았다. 사실 여태까진 남자라 몰랐다. 물론 지금도 내 성 정체성엔 문제가 없다.
마지막 곡은 빅팻밴드(Big Phat Band)의 ‘Sing Sang Sung’. 아직도 그 충격이 생생하다. 연주가 시작되는 순간, 재즈바나 콘서트홀에 있는듯한 공간감이다. 빅밴드 악기 하나하나가 다 들리는 것은 물론이다. 개인적으로는 극장용 사운드 포맷인 돌비 애트모스를 시연할 때의 충격이랄까. 스피커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는 느낌이 아니다. 세션이 스피커 속에 숨어서 연주하는 기분까지 든다.
다양한 각도로 총 18개의 스피커 유닛을 배치하고 음향 제어 기술을 적용해 360도 동일한 사운드 체험이 가능하다고. 순서대로 나열하자면 트위터 7개, 미드레인지 7개, 우퍼 3개, 프런트 우퍼 1개 빼곡히 붙어있고 이를 구동하기 위한 앰프 역시 18개가 달려있다. 이를 위해 소리의 폭, 방향, 방 안의 환경을 인식하는 건 물론이고 스피커 유닛 온도에 따른 음질 변화를 막기 위한 냉각핀까지 달았다.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라고 생각하려던 찰나, 소비가 가격이 9990만원이란다. 가격을 듣고 나니 금세 이해가 되더라. 구입은 다음 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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