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대표주자인 중국 위안화의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편입이 IMF 자체의 지배구조 개혁을 촉진할 지 주목된다. IMF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예상대로 위안화를 SDR 통화 바스켓에 편입했다. 중국 위안화가 미국 달러화, 유로화에 이어 세계 3대 기축통화로 부상한 순간이다. 이에 IMF에서 신흥국들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지배구조 개혁 목소리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에스와르 프라사드 미국 코넬대 경제학 교수는 “1인당 국민소득이 다른 기축통화국의 4분의 1에 불과한 중국 위안화가 기축통화 지위를 얻었다는 것은 신흥국 경제와 국제 금융에 있어서 역사적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IMF 개혁안 추진의 가장 큰 걸림돌은 미국 의회다. IMF는 지난 2010년 신흥국 투표권을 확대하는 쿼터 개혁안을 마련했다. 또 같은 해 우리나라 서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정상들은 IMF 개혁안의 1차 이행 시한을 2014년 1월로 제시했다. 그러나 자국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것을 우려한 미국 의회가 개혁안 처리를 계속 미루면서 개혁이 정체된 상태다.
신흥국은 물론 IMF도 개혁안 처리를 촉구하고 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도 이에 긍정적 입장을 보였으나 의회는 요지부동이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은 지난 4월 보고서에서 “의원들 중 일부는 신흥국들이 기존 경제제도의 규범과 가치를 얼마나 존중할지 회의적이어서 개혁안에 반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미국이 가진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의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IMF 결정에 미국 의원들이 중국의 편의를 너무 봐주고 있다는 인식으로 분개해 개혁안을 더 통과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을 제기하기도 했다.
특히 미국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어 중국 위안화의 지위 상승에 반발하는 기류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미국이 계속 IMF 개혁 요구를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위안화의 SDR 편입에도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도 지지를 표명했다. 중국 위안화의 SDR 편입을 계기로 신흥시장이 세를 불리면 미국이 IMF에서 가진 거부권을 박탈하려는 시도가 나올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