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이 자회사 매각을 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정부는 적극적 매각을 추진하기 위해 시장가치에 따라 매각하겠다고 밝혔지만 ‘최저 매각기준가격(MRP)’을 시장이 원하는 가격까지 낮추게 되면 ‘헐값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면책 조항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끊이지 않고 있다.
23일 IB(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최근 산업은행이 시장에 내놓은 자회사에 관심을 보이는 투자자들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은 대우조선해양, 항공우주산업(KAI), 한국지엠 등 장기간 보유한 91개 비금융회사 지분을 2018년까지 3년간 집중적으로 매각하는 방침을 세웠다. 구체적으로는 출자전환 후 정상화한 기업 5곳과 5년 이상 투자한 중소·벤처기업 86곳이다.
한 투자은행 관계자는 매각이 예정된 산은 자회사에 대해 “M&A(인수ㆍ합병) 시장에서 매력적이지 않다”며 “구조조정 과정에서 출자전환 등으로 떠안게 된 부실기업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산은의 자회사 매각에 부정적 이유로 ‘가격’을 꼽는다.
인수 후보자들은 입찰할 때 MRP보다 높은 가격을 써내야 한다. MRP는 매각 측에서 회계법인 실사 등을 통해 숫자를 결정한다. 보통 일반 매물은 상장사의 경우 시가 대비 대략 20~30% 프리미엄을 붙인다.
법정관리 매물은 다르다. 법정관리 M&A는 매각 대금으로 채무를 갚는 것이므로, 법원이 제시한 변제율에 채권자들이 합의하면 곧 MRP가 된다. 변제율은 최근 법정관리 변제율, 회계법인 실사, 채권단들의 이해관계 등이 복합적으로 고려된다.
산은 자회사의 경우 부실 정도가 심해 MRP를 청산가치 수준까지 낮춰야 인수자를 찾을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현재 산은 매물을 두고 채권단과 인수 후보자들이 타당하다고 생각하는 가격 차이는 크다. 한 M&A 관계자는 최근 유찰된 넥솔론의 경우를 제시하며 “현재 시장에서 생각하는 가격과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산은 관계자는 “감사원 감사를 정기적으로 받는 국책은행이기 때문에 헐값 매각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면서 “정부 지침에 따라 2번 유찰한 후에야 수의계약이 가능하고, 그렇게 된다 해도 MRP를 낮추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감사원은 지난 10월 산업은행에 대한 감사를 진행했다.
감사원은 산업은행이 대주주로 있는 대우조선해양 관리 문제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본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2분기 재무제표에 3조원이 넘는 영업 손실을 한 번에 반영해 부실을 은폐한 게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였다.
금융위원회는 매각 계획에 포함된 기업 매각 시 임직원 면책을 통해 적극적으로 매각을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나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산은의 또 다른 관계자는 “감사원 감사에 금융위 면책 조항이 적용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금융위는 산은에 책임을 묻지 않을 것이라고 하지만 법적 규정이 아니기 때문에 배임 등으로 엮이게 되면 꼼짝없이 곤욕을 치르게 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