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잠실점)의 사업권을 빼앗긴 데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면세점 사업 수성 실패로 롯데그룹이 입게 될 상처가 크다. 우선 형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겪으면서 호텔롯데의 기업공개(IPO)를 통해 그룹 지배구조를 개편하려던 신 회장의 계획 차질이 불가피하다.
또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수십 년 전부터숙원사업으로 추진해온 제2롯데월드 건설이 마무리돼가고 있는 시점에서 입점해 있는 면세점의 문을 닫게 돼 롯데월드몰의 운영 비용 마련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이와 관련 신 회장은 아버지 신 총괄회장의 만 93번째 생일(한국나이 94세)인 1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4층에서 기자와 만나 “(면세점 탈락은) 상상하지도 못한 일”이라며 “99%가 나 때문”이라고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렸다. 아울러 신 회장은 “(롯데면세점이) 협력업체 포함 3000명을 고용하고 있는데, 무엇보다 직원들의 고용안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롯데그룹이 잠실 월드타워점의 면세점 사업권을 잃으면서 호텔롯데 상장과 그룹 지배구조 개선 작업에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올 상반기 호텔롯데의 매출(2조4800억원)에서 면세점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86%(2조1384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기준으로 월드타워점 매출은 4280억원으로 연 매출 2조원인 소공점보다 훨씬 작지만 성장률(44%)은 소공점보다 높다.
호텔롯데 상장을 통한 지주사 전환, 순환출자 해소에 드는 예상 비용은 6조원 이상. 호텔롯데가 이만한 자금을 끌어들이지 못할 경우 지배구조 개선 작업도 늦춰질 수 있다.
또 롯데월드몰의 운영 비용 역시 부담스럽다. 운영비의 40% 이상이 면세점에서 나오는데 매출규모가 큰 월드타워점 면세점이 빠지게 되면 롯데계열사들이 롯데월드몰 운영을 위한 비용을 추가로 부담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롯데월드몰 관계자는 “면세점이 빠지면 운영비를 어디서 빼와야 할지 걱정”이라며 “완공 때까지 롯데쇼핑 등에 손을 벌려야 하는데 다른 계열사들도 사정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