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家) 형제간의 경영권 분쟁이 결국 '알짜' 면세점 하나를 잃게 만들었다. 오랜 면세점 경영 이력으로 면세점 업계 삼성전자를 자처했지만, 반(反)롯데의 국민정서의 벽을 넘지 못했다.
롯데면세점은 14일 발표된 서울시내 면세점 특허 사업자 선정 결과에서 소공점만 지키고 잠실점(롯데월드점)의 면세 사업운영권을 두산에게 내주고 말았다. 형제간의 경영권 분쟁에서 불거진 롯데면세점 운영사 호텔롯데의 '일본기업' 논란, 독과점 지적 등이 이번 탈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호텔롯데 IPO 불투명…신동빈 원톱 경영 난황 = 앞서 시장에서는 월드타워점 수성 실패는 어느정도 예견하고 있었지만, 향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의 경영행보의 치명타를 남겼다. 신 회장에게 면세점 특허권 방어는 롯데그룹의 확고한 '원톱'임을 증명할 결정적인 기회였다.
무엇보다 월드타워점 수성(守城)에 실패함으로써 호텔롯데 상장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호텔롯데 상장은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선의 핵심으로 추진됐다. 앞서 신 회장은 지난 8월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호텔롯데의 기업공개(IPO)와 중장기적인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통해 순환출자를 해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월드타워점 매출은 소공점 매출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지만, 연간 매출 규모가 5000억원에 달한다. 이곳의 영업이 중단되면 당장 기업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이 크게 달라진다. 이 때문에 실사를 다시 거쳐야 하며, 기업가치 하락으로 자금조달 규모도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롯데면세점이 두 곳의 재허가를 승인받지 못하면 호텔롯데 상장의 앞날이 불투명하다"고 밝힌 바 있다.
밸류에이션 재평가를 거쳐 상장을 다시 추진한다고 해도 현 시점에서 상장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해온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의 목소리가 더 커질 수도 있다. 지배구조의 안정성은 거래소 상장 심사의 핵심적인 요인 중 하나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에 대한 보호예수 동의 문제도 남았다. 규정상 최대주주와 5% 이상의 지분을 가진 특수관계인 등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6개월간 지분을 팔지 않아야 한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광윤사 지분 51%를 확보하고 있으며, 광윤사는 호텔롯데 지분 5.45%를 보유하고 있다. 사실상 신동주 전 부회장이 보호예수에 응하지 않으면 호텔롯데 상장에 어려움이 생긴다.
◇면세점 동력 축 잃어…신동주 측과 경영권 분쟁 새국면 맞나 = 신동빈 회장과 맞서 경영권 탈환을 노리는 형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의 집요한 공격도 롯데 월드타워점 탈락에 결과적으로 큰 영향을 미쳤다. 현재 신동주 전 부회장은 롯데홀딩스와 전체 롯데그룹 경영권 경쟁에서 동생 신동빈 회장보다 여전히 열세에 있다. 롯데홀딩스 종업원 지주, 임원 지주 및 계열사를 '우호 지분'으로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재 신동빈 회장을 지지하는 이들을 끌어오기 위해서는, 신동빈 회장의 경력 능력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입증하거나 신동주 전 부회장 자신의 역량을 증명하는 수 밖에 없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끊임없이 롯데그룹의 중국 사업 초기 적자를 부각시키고 총괄회장에 대한 롯데그룹의 허위 보고 등을 주장하는 것이 모두 이 때문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측은 롯데면세점 특허 재승인 과정에서도 끊임없이 경영권 분쟁 이슈를 부각시키며 사실상 '재'를 뿌렸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지난달 8일(금요일)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해 "신동빈 회장 등을 상대로 한·일 두 나라에서 모두 소송을 제기했다"며 본격적인 반격을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