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맥주회사 안호이저-부시 인베브(AB인베브)가 2위 사브밀러와의 합병 절차 마무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AB인베브는 사브밀러가 갖고 있던 미국 합작회사 밀러쿠어스의 잔여 지분을 캐나다 맥주제조업체 몰슨쿠어스에 매각하기로 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몰슨쿠어스는 사브밀러가 보유하고 있던 밀러쿠어스 지분 58%를 120억 달러(약 13조9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지분 매각은 AB인베브와 사브밀러의 680억 파운드(약 120조원) 규모의 ‘메가딜’절차가 공식적으로 마무리되기 전에 나온 것이다.
이번 지분 매각은 예견된 일이다. AB인베브와 사브밀러가 합병한 이후의 맥주시장 점유율로는 반독점 당국의 합병 승인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밀러쿠어스는 2008년 몰슨쿠어스와 사브밀러가 합작해서 세운 회사다. 몰슨쿠어스가 이 합작회사의 지분 42%를, 사브밀러가 58%를 각각 갖고 있다. AB인베브와 사브밀러가 인수·합병(M&A) 절차를 마무리하면 합병된 회사는 전 세계 맥주시장 점유율의 3분의 1을 차지하게 된다. 또한 미국 맥주시장 점유율도 독보적으로 늘어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현재 AB인베브의 미국 맥주시장 점유율은 45%이며 밀러쿠어스의 점유율도 25%에 달한다. 양사가 합병하면 미국 점유율은 70%까지 치솟게 되고, 이런 상황에서는 반독점을 우려하는 경쟁당국의 합병 승인을 받기 어렵게 된다.
사브밀러가 밀러쿠어스 지분을 몰슨쿠어스에 전량 넘기게 되면서 시장 점유율은 그만큼 낮아지게 됐다. FT는 사브밀러가 밀러쿠어스의 지분을 매각함으로써 미국은 물론 중국 등 여러 국가 반독점 당국의 승인 절차가 한층 순탄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AB인베브는 사브밀러와의 합병으로 최소 15억 달러의 시너지 효과가 창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밀러쿠어스 매출을 제외한 사브밀러의 순매출 규모에 해당하는 것이다.
한편, WSJ는 사브밀러와 AB인베브의 정식 인수계약이 11일 체결할 것으로 보인다며 같은 날 밀러쿠어스의 잔여 지분 처리도 함께 발표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