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땐 신발끈 매는 법을 터득하면 어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는데 지금 이 추세라면 다음 세대는 신발끈을 묶지 못하게 되지 않을까. 신발끈이 풀리면 누군가 나를 생각하고 있다는 속설도, 밥값 낼 타이밍만 되면 신발끈을 묶는다는 우스갯소리도 사라지겠지.
보아 레이싱 시스템
이건 좀 오래된 시스템이다. 보아 시스템이 처음 등장한 건 2001년이라고. 미국의 보아클로저테크놀로지사가 개발한 기술이다. 처음엔 스노부츠에만 알음알음 쓰이던 기능이었는데 요즘은 등산화에 골프화, 자전거 신발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쓰이고 있다.
이 기술은 신발끈 대신 와이어와 다이얼을 사용한다. 다이얼을 돌리는 방향에 따라 와이어가 조였다가 풀렸다가 한다. 손이 완전히 자유로운 방식은 아니지만 훨씬 편리한 것은 사실이다. 장갑을 낀 상태로도 조작할 수 있고 빠르고 단단하게 고정 가능하다. 그러니 세계적으로 2500만여 개 제품에 쓰이는 거겠지.
트렉스타 핸즈프리
보아 시스템을 등산화에 가장 먼저 접목했던 건 우리나라 아웃도어 브랜드 트렉스타였다. 트렉스타는 보아 시스템을 접목한 이후에도 좀 더 편한 등산화를 만들기 위해 이리저리 고군분투했다. 올해는 아예 손을 대지 않고도 신발끈을 조절할 수 있는 ‘핸즈프리’라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로 ISPO에서 위너로 선정되기도 했다.
방식은 이렇다. 발뒤꿈치에 달린 로토가 핵심이다. 발뒤꿈치를 바닥에 닿게 한 후 발을 끌어당기면 드르륵 소리를 내며 로토가 감기면서 신발끈이 조여진다. 반대로 벗을 때는 발뒤꿈치에 달린 스위치를 누르기만 하면 된다. 발로만 신고 벗을 수 있으니 양손에 짐을 가득 들고도 염려할 게 없다.
엑스팬드 레이싱 시스템
가장 최근에 개발된 레이싱 시스템도 살펴보자. 킥스타터에서 엄청난 호응을 얻고 있는 엑스팬드는 위의 두 가지 시스템에 비해 접근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위의 두 시스템은 저 시스템이 적용된 신발을 사야 하지만, 엑스팬드는 어떤 신발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기존에 갖고 있던 신발에 신발끈만 갈아끼우면 된다는 것.
비밀은 의외로 간단했다. 쫀쫀한 고무줄로 된 신발끈과 단단하게 신발끈을 묶어주는 앵커와 클립이 이 시스템의 전부다. 한 번만 신발끈을 묶어두면 신발이 낡아 버릴 때까지 신발끈을 다시 묶을 일이 없단다. 절대 풀리지 않는데다 신축성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매듭 없이 깔끔하게 신발끈을 정리할 수 있어 보기도 좋다. 신고 벗을 땐 그냥 슬립온 슈즈처럼 편하게 발만 밀어 넣었다 빼면 된다. 간단한 발상인만큼 가격도 착하게 책정했다. 1개에 8달러, 3개에 17달러, 6개에 30달러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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