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신입사원의 첫 월급은 얼마나 될까요. 평균 290만원이나 된다고 합니다. 지난해(278만원)보다 4.5% 올랐습니다. 금융업은 320만원이나 받고요. 통신, 제조, 건설 등도 비교적 초봉이 높네요.
그런데 조사 결과가 발표되자마자 SNS에는 “어느 나라 기사에요?”, “누가 보면 우리나라 잘사는 줄 알겠네”, “평균 깎아서 죄송합니다” 등 비아냥거리는 글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공감’할 수 없기 때문이죠.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진행한 이번 조사는 100인 이상 종업원이 일하는 사업장 414곳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전체 기업의 99%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은 대부분 빠졌습니다.
박봉에 시달리는 청년들의 목소리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얘기입니다.
사실 고졸보다 월급을 더 못 받는 대졸들이 수두룩합니다. 지난해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교육거품의 형성과 노동시장 분석’에 따르면 4년제 대졸자의 프리미엄 상승은 상위 10%에서만 관측되고 있습니다. ‘어중간한’ 대학을 졸업한 신입사원의 경우 월급이 그대로 거나 오히려 내렸습니다.
심지어 4년제 대졸자 10명 중 2명은 고졸보다 더 낮은 임금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년제 대졸자는 그 비중이 절반이나 된다고 하네요. 교육투자에 대한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고등교육에 대한 과도한 집착으로 질 낮은 대학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이로 인해 대학이 수직화되면서 임금불평등이 생기는 겁니다.
“비싼 사교육을 받은 금수저들이 좋은 대학에 진학하고, 대기업에 취직해 높은 연봉을 받는다”는 ‘장그래’들의 푸념이 괜한 것은 아니네요. 취업, 결혼, 출산에 이어 꿈마저 포기한 N포 세대. 이들의 현실은 대부분 ‘88만원’입니다. 공감할 수 없는 290만원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선 이들의 목소리에 먼저 귀 기울여야 합니다.
‘장그래’의 월급이 얼마나 되는지 먼저 알아봐야겠죠. 대학거품을 걷어내고, 학력이 아닌 능력으로 평가받는 사회문화도 정착시켜야 합니다.
한 네티즌은 기사에 이런 댓글을 남겼습니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한 나에게 우리 어머니께서 ‘넌 뭐니’라고 물으신다. 뭐라고 답해드려야 할지 모르겠다.” 당신의 대답은 뭔가요. 모두가 함께 고민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