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맥라렌이다. 유튜브를 통해 구경만 할 수 있었던 최정상 수퍼카 브랜드 아니던가. 거친 숨을 내몰고 있는 모델은 틀림없는 650S. 그중에서도 스파이더다. 첫인상은 외계 생명체처럼 괴상한 이목구비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온몸에 두른 카본 덩어리는 엄청난 전투력을 암시하는 증거. 숨어있는 버튼을 누르자 다이히드럴 도어를 활짝 열어 기지개를 켰다.
욕조처럼 작은 콕핏은 레이싱 혈통을 이어받은 차체 구조 때문이다. 수퍼카를 조련하는 스티어링 휠, 패들시프트, 가속페달과 브레이크페달을 제외하면 그야말로 특별히 꾸민 것 없는 간결한 모습이다. 물론 가죽을 덧대거나 스웨이드로 멋을 부렸지만, 자세히 보면 스티치 간격도 제각각이다. 카본은 열정을 암시하는 소재다. 곳곳을 카본으로 채워 넣었다. 센터페시아엔 스타트버튼과 함께 주행모드를 설정하는 로터리가 자리 잡는다. 왼쪽은 공력 성능 조절, 오른쪽은 변속기 특성을 결정한다.
M838T 엔진이 거친 숨을 쏟아낸다. 박력 넘치는 심박 수는 V8의 특권. 올해도 어김없이 엔진 어워드를 석권한 명품 엔진이다. ‘650S’의 이름처럼 최고출력은 650마력. 0-시속 100km 가속은 단 3초. 그런데 배기사운드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찢어지는 듯한 카랑카랑한 목소리를, 우렁찬 사운드를 기대했는데 왠지 나약한 느낌이다. 터보엔진의 한계인가? 공력 성능을 최대로 발휘하는 에어로 모드. 변속기는 패들시프트로 움직이는 수동모드로 결정했다. 인제 스피디움 서킷을 짓이길 일만 남았다.
650S는 시작부터 정교했다. 흉포한 출력을 노련하게 꺼내 쓰기 좋았고, 탄탄한 차체는 담백하게 노면 정보를 전달한다. 운전은 예상외로 쉽다 못해 싱거울 정도. 마치 익숙한 장비를 노련하게 다루는 장인처럼, 맥라렌은 기꺼이 자신을 허락한다. 수퍼카의 까다로운 텃세는 없다. 주문하는 대로 예리하게 코너를 타고 넘을 뿐이다. 한계속도는 비현실적으로 높아졌다. 마치 게임 속 레이싱카처럼 시케인을 돌파해 헤어핀 코너를 탈출한다. 게임은 그렇게 계속됐다. 피제로 코르사 타이어가 모두 닳을 때까지 말이다.
애스턴마틴 DB9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DB9의 데뷔는 2004년이다. 그동안 애스턴마틴의 간판모델로 장수했는데, 유순한 GT카 성격이 생명을 연장하는데 한몫했다. 엔진은 레트로 향기가 풀풀 나는 V12. 키를 꽂고 오래도록 누르면 12기통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구식이지만 V12는 여전히 사랑이라고 말한다. 엔진사운드부터 풍요롭다. 하염없이 사치스러운 엔진을 깨워 짐카나를 달리는 일도 별난 경험이다. 최고출력 517마력, 최대토크 63.2kg·m를 오롯이 쏟아내는데, 그 수치보다 과정이 더 아름다운 엔진이다.
DB9에게 슬라럼 코스는 일도 아니다. 신선한 맛도 없고,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다. 핸들을 돌리는 대로 이리저리 돌아나가는 몸놀림에 여유까지 묻어난다. 사실 DB9은 순항이 어울리는 그랜드 투어러 성격이 짙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이 정도 코너링쯤이야···. 넉넉한 기어비는 저속에서 늘어지는 경향이 있지만 그대로 상관없다는 식이다. 윤택한 파워가 뒷바퀴를 굴리기에 너무나도 충분했기 때문이다. 하긴 10년이 넘도록 장수했으니, 제 역할은 충분히 하지 않았나.
맥라렌은 전공이 이공계다. 코너를 마치 수학 문제 풀듯이 오차 없이 해결한다. 반면에 애스턴마틴은 전공이 예체능이다. 코너를 돌아도 예술로 승화하는 자유로움을 가졌다. 둘 모두 최고의 수퍼카 브랜드라는, 그리고 누구나 맥라렌과 애스턴마틴의 매력에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오기 힘들다는 공통점도 있다. 3억 원을 마련하기 위해 로또 당첨을 꿈꾸고 있는 현실이 야속하지만 말이다.
The post 맥라렌 VS 애스턴마틴, 그들이 말하는 수퍼카 appeared first on GEARBAX.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