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관성’ 있게 일본 편을 안 들어줘서일까요. 환영의 대상이었던 유네스코가 최근 일본 정부의 협박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지난 12일 일본 정부의 공식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정부 차원에서 유네스코 분담금의 정지, 삭감을 포함해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실상 분담금을 빌미로 유네스코에 으름장을 놓은 셈입니다.
스가 장관이 직접 유네스코에 협박에 나선 이유는 얼마 전 유네스코가 난징대학살 문건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중국이 신청한 난징대학살 자료는 1947년 난징군사법정이 옛 일본군 관계자를 전범으로 판단해 내린 판결문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이 판결문에는 난징대학살 사건의 희생자 수를 30만명 이상으로 기록돼 있는데요. 일본은 문건에 적힌 희생자 숫자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당시 난징 지역 인구를 고려할 때 30만명은 너무 많다는 이유에서죠.
유네스코가 중국의 손을 들어주자 일본은 “극도로 유감스럽다”며 서운한 감정을 여과 없이 표출했고 급기야 ‘분담금 협박’까지 이르게 된 것이죠. 일본은 유네스코에 연간 37억 엔(358억 7853만원)에 달하는 분담금을 지불하고 있는데요. 이는 유네스코에 지원금을 내는 국가 중 가장 많은 금액입니다.
사실 우리에게도 ‘극도의 유감’이었던 유네스코의 결정이 있었습니다. 바로 ‘군함도’ 이야기입니다. 유네스코는 지난 7월 군함도를 포함한 일본 메이지유신 시대 산업시설 23곳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로 했죠.
사실 군함도는 우리에게 ‘강제징용’의 현장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에 한국 정부가 일본의 산업시설 세계유산 등록과정에서 강제징용 사실을 명기하라고 주장하며 소위 ‘태클’을 걸었고요. 결국 일본은 강제징용 사실 명기를 약속하고 세계유산 등록에 성공했지만 등재 직후 이 부문에 대해서 ‘나 몰라라’하고 있죠.
강제징용의 역사가 있는 군함도의 세계유산 등재를 몰아붙였던 일본이 난징대학살 문건은 희생자의 숫자의 차이가 있다며 유네스코의 심사기준의 공평성과 신뢰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모양새가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더 큰 문제는 유네스코에 대한 분담금 협박에는 또 다른 속내가 있다는 것에 있습니다. 이번에 중국은 난징대학살 문건과 함께 일본군 위안부 관련 자료도 함께 등재 요청을 했는데요. 난징대학살 문건은 채택됐지만 위안부 문건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이에 중국 정부가 군 위안부 기록과 관련해 한국 등 다른 군 위안부 피해국과 연합해 재신청하겠다고 밝혔죠.
이를 의식한 일본 정부가 군 위안부 자료의 세계유산 등재를 사전 차단하고자 미리 유네스코 ‘단속’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유네스코가 군 위안부 문서를 세계유산으로 등재할 경우 군 위안부 문제를 세계가 인정하는 것과 마찬가지가 되니까요.
부디 유네스코가 협박에 굴복하지 않기를, 우리 정부가 중국과 공조해 하루빨리 군 위안부 관련 자료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에 힘을 쏟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