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인수합병(M&A) 시장이 무르익어 가면서 매물로 나온 건설사들의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7일 투자은행(IB)ㆍ건설업계에 따르면 이달 중순 본입찰이 실시되는 동부건설의 예비실사에는 앞서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업체 5~6곳 중 SM그룹을 비롯한 2~3곳의 인수후보자가 나섰다.
지난달 예비입찰을 진행했던 동부건설은 중국계 건설사, SM그룹, 국내 사모펀드인 KTB PE 등 굵직한 업체들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동부건설이 이처럼 업계의 관심을 많이 받고 있는 이유는 동부익스프레스 매각이 순항 중에 있기 때문이다. KTB PE가 보유 중인 동부익스프레스에는 동부건설이 후순위로 500억원을 투자해 동부익스프레스 매각가격에 따라 투자 이익을 회수할 수 있는 메리트가 있다.
현재 동부익스프레스는 매각 본입찰이 마감된 상태다. 단독 후보인 현대백화점과 현대홈쇼핑 컨소시엄이 단독 입찰했지만 매각자 간 협상이 진행중이다. 현대백화점이 본입찰에서 제안한 인수가격은 4700억원대로 지난해 5월 KTB PE가 인수한 금액(3100억원)보다 1600억원 가량 높지만 매각자인 KTB PE는 이보다 높은 6000억~7000억원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동부익스프레스의 후순위 채권을 가지고 있는 동부건설은 동부익스프레스의 매각이 성공할 경우 후순위 채권 500억원에서 투자이익으로 300억원 가량을 추가로 얻을 수가 있다.
동부건설 채권단의 회생채권은 3200억원으로 동부건설이 올해 말 1100억원을 상환할 것을 감안하면 동부건설의 인수대금은 2000억원 수준에 그친다. 여기에 현재 보유중인 동부익스프레스에 대한 5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권과 동부하이텍 지분가치(560~700억원 규모)를 감안하면 실제 매입가는 더 낮아질 수 있다.
다만 동부익스프레스 매각자와 매입자 간의 인수가격 차이로 협상이 진행중인 만큼 동부건설 M&A역시 다소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고 업계는 바라보고 있다. 인수가격 차이가 높아 이에 따라 동부건설의 현금 확보 규모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동부익스프레스 매각가격에 의해 동부건설이 확보할 수 있는 현금규모도 정해지고 이를 고려해 동부건설 인수가격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에 일정이 늦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법정관리 중에 있는 경남기업은 최근 진행했던 베트남 하노이 초고층건물 ‘랜드마크72’ 매각 시도가 무산돼 내년 합류할 것으로 예상되는 M&A시장에서의 흥행이 불투명해졌다.
애시당초 ‘랜드마크 72’의 매각이 완료되면 5000억원이 넘는 경남기업의 PF 대출 금액이 해소되고 연간 400억원 가량의 이자 비용도 사라져 재무구조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랜드마크72’는 경남기업의 핵심자산으로 업계에서 예상하는 매각가는 7000억원~8000억원 수준이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실시한 매각 본입찰에서 단독으로 참여한 베트남 운용사가 앞서 골드만삭스에 매각을 시도했을 당시의 금액인 5900억원에 훨씬 못 미치는 가격을 제시해 우선협상 대상자에서 선정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랜드마크72’ 매각이 1년 넘게 지연되면서 매각 타이밍을 놓친 것이 아니냐는 반응이다.
대주단 관계자는 “지난해에 골드만삭스에 5900억원에 팔았다면 모두에게 이익이었을 것”이라며 “매각이 지연되면서 가격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