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의 이슬람 성지인 메카 외곽에서 성지순례(하지) 기간 종교 행사 도중 신도가 밀집한 상황에서 사고가 발생해 수백 명이 압사하는 참사가 일어났다고 24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이 보도했다.
사망자는 초기 100여명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나고 있으며 현재는 310명으로 집계됐다. 부상자도 450여 명에 달하고 중상자도 있어 사망자가 더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CNN은 전했다. 사우디 정부는 4000명의 구조대원과 220대의 구급차와 작업차량 등을 동원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고는 이날 오전 메카에서 약 3km 떨어진 텐트촌 미나에서 발생했다. 순례객 수십만 명이 하지 행사 중 하나인 ‘마귀 돌기둥’에 돌을 던지는 의식에 참여하는 도중 좁은 공간에 사람이 밀리면서 순식간에 사고가 일어났다. 이 의식은 선지자 아브라함이 돌을 던져 마귀를 물리치고 유혹을 뿌리쳤던 일을 기념해 마귀를 상징하는 기둥에 돌을 던지는 것이다. 미나는 아브라함이 마귀를 물리쳤던 장소로 믿겨지고 있다.
많은 사람이 작은 기둥이 있는 광장으로 몰리면서 돌을 던지는 의식은 예전부터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지난 2006년에도 이 의식을 치루는 도중 최소 363명이 압사로 숨졌다. 당시 사고 이후 사우디 정부는 미나에 3개의 거대한 기둥을 세우고 근처에 12억 달러(약 1조4300억원)를 들여 5층 높이의 다리를 올려 신도들이 여기서 돌을 던지도록 했으나 결국 이날 참사가 다시 일어난 것이다.
이슬람교도는 평생 꼭 한 번은 성지를 순례해야 하는 것이 의무다. 사우디 당국은 올해 이슬람교도 200만명이 메카와 메디나를 찾을 것으로 내다봤다.
사람이 많이 몰리면서 하지 기간 압사 등 각종 사고가 매년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도 이날 사고 전인 지난 11일 메카의 그랜드 모스크 증축공사 현장에서 대형 크레인이 강풍에 무너지면서 최소 107명이 사망하고 230여 명이 부상한 참사가 일어났다.
사우디 구조 당국은 트위터를 통해 현장 상황을 전하면서 순례객들이 사고지점을 피해 우회로를 이용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대형 참사가 발생한지 13일 만에 또 다른 사고가 발생해 사우디 정부의 열악한 안전 관리가 비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많은 이슬람교도가 성지순례를 하다가 죽으면 천국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믿는다고 CNN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