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가 5년여 전 미국 바이오 업체와 체결했던 바이오 의약품 공급 양해각서(MOU)를 해지했다고 공시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녹십자는 전날 미국 ASD헬스케어로부터 ‘회사의 내부 검토에 따라 MOU를 해지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앞서 녹십자는 지난 2010년 12월15일 약 5400억원 규모의 사람면역글로불린제제(혈액제제) ‘아이비글로불린 에스엔(IVIG-SN)’과 3세대 유전자재조합 A형 혈우병 치료제 ‘그린진에프(GreenGene F)’를 이 회사에 공급한다는 내용의 MOU를 체결한 바 있다.
당시 녹십자는 2014년까지 아이비글로불린 에스엔과 그린진에프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획득한다는 목표 아래 2011년에 미국 내 임상 3상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약품 공급은 2015년부터 3년간 단계적으로 공급되며, 그린진에프는 2014년까지 유럽 EMEA의 승인도 함께 추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또 2015년 유럽시장 공급을 위한 별도의 사업자 선정 및 공급계약을 협의 중에 있었다고 공개했다.
이로 인해 녹십자 측은 “2015년 이후 3년간 약 4억8000만 달러(약 5400억원)의 매출 증대를 기대하고 있다”면서 “국내 대표적 바이오 전문기업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글로벌 제약기업으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할 것”이라고 포부도 밝혔었다.
그러나 이날 공시를 통해 ASD헬스케어로부터 MOU를 해지한다는 통보를 받았음을 알리면서 과거 MOU 체결 당시 밝혔던 올해부터 기대됐던 의약품 공급과 매출 발생이 무산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에선 두 제품에 대한 임상시험이 예상보다 지연된 데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아이비글로불린 에스엔은 임상 3상 시험을 끝내고 FDA 허가 신청을 준비하고 있으며, 그린진에프는 임상 3상 시험이 진행 중이다.
이번 MOU 해지와 관련, 5년 전 체결 당시 합의했던 MOU 이행 사항이 일정 지연으로 차질이 생긴 만큼 MOU 내용을 갱신하는 수순으로 이해하면 된다는 게 녹십자 측 설명이다. 실제로 녹십자는 5년 전 MOU 체결 당시 이 MOU는 법률적으로 어떠한 구속력도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녹십자 관계자는 “현재 ASD헬스케어뿐만 아니라 다른 마케팅 파트너사와도 아이비글로불린 에스엔과 그린진에프의 공급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에 있다”면서 “5년 전에 비해 혈액제제의 시장이 성장한 만큼, 이 바이오 의약품 공급에 대한 볼륨이 더 커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ASD헬스케어는 백신을 비롯, 혈액제제 및 유전자재조합제제 등 바이오 의약품 공급 전문기업이다. 미국 거대 헬스케어 전문회사인 아메리소스버진(Amerisourcebergen)의 자회사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