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 계열인 현대삼호중공업이 6700억원 규모의 해저유전 시추선의 납기 기일을 맞추지 못해 선주사로부터 계약을 취소당했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노르웨이의 유전개발업체인 시드릴은 현대삼호중공업의 인도 지연을 이유로 계약 취소와 함께 울산에 파견한 감독관을 이날 철수했다.
시드릴은 계약조건에 따라 1억6800만 달러(1760억원) 규모의 선수금과 여기에 붙은 이자까지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삼호중공업은 지난해 말까지 시드릴에 제6세대 울트라 심해 반잠수식 시추선(West Mira rig)을 인도하기로 했지만 납기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 이 회사는 시추선을 시운전하다 200억대의 시추봉을 바다에 빠뜨리며 공정상 문제도 발생했다.
반면 현대삼호중공업은 오는 25일까지 시추선 인도를 목표로 마무리 작업을 진행 중이었던 만큼 시드릴과 다시 협상에 나설 방침이다. 현대삼호중공업의 시추선 제작 지연은 발주사의 설계 변경 요구 때문인 만큼 시드릴의 인도 거부에는 다른 배경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업계에서 내놓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과거에 선주사들이 대규모 해양플랜트 공사를 발주했지만 유가가 크게 떨어지면서 인도를 미루거나 안 받으려 하고 있다"며 "이번 일의 원인이 누구에게 있는 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