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지금은 그때와 달리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중국의 위상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해져 지난달 중국의 3차례에 걸친 4.65%의 평가절하는 즉각 미국과 유럽증시의 급락을 불러왔을 뿐 아니라 주변 아시아 신흥국 통화의 대부분을 급락세로 내몰고 증시 역시 가파른 내리막길로 몰아붙였다. 이제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자 시장이 되어 버렸기 때문에 중국의 급격한 경기둔화는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시장의 주요 품목의 가격 폭락을 초래하고, 자원수출에 의존하는 신흥국 경제에 치명타가 되고 있다.
물론, 1994년 당시와 모든 상황이 동일하지는 않다. 첫째, 미국의 금리 인상만 하더라도 당시엔 1년에 3.0%나 올리는 급격한 인상이었지만 지금은 올리더라도 상당히 완만한 인상이 예상될 뿐 아니라 이미 미국의 금리 인상이 오랫동안 회자되어 온 탓에 그 충격이 완화될 것이란 점이다. 둘째, 당시에는 상당수 아시아 국가들이 통화가치를 달러에 연동시킨 고정환율제를 쓰고 있었으나, 최근에는 변동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는 것도 외부 충격에 대한 완충 작용을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는 점이다. 셋째, 아시아 국가들의 경우 국내총생산(GDP) 대비 달러 표시 부채 비중이나 외환보유고 등을 감안했을 때 현재는 1994년 당시보다 양호하다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9월 위기설의 근거는 상당하나 현실화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는 것이 상식적일 것이다. 특히 최근 중국경제의 급격한 둔화 탓에 미국의 금리인상에 대한 부담이 오히려 커지고 있다는 점은 9월로 예견되어 오던 미국의 금리인상이 미뤄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기란 대비 없이 안이하게 방심하다 격랑을 맞는 것보다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대비해서 위기를 모면하는 것이 최상의 방책이다. 그런 점에서 금융 수장의 인식과 태도는 우려스럽다. 물론 위기설이란 모름지기 자기실현적 성격이 있어 정부 입장에서는 조기에 차단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대처라는 것을 모르는 바가 아니다. ‘근거 있는 우려’를 근거 없다고 일축하는 것보다는 공개적으로는 1994년 당시의 상황과 현재의 차이점을 조목조목 짚어가며 시장의 불안을 잠재워서 위기설을 차단하는 동시에 내부적으로는 위기 상황을 상정하고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비상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현명한 수장 아닐까?
대책은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시나리오별로 마련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우선 중국경제의 영향력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불투명한 중국 경기로 인해 수출업계를 비롯한 국내 관광업계,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클 것으로 예상되므로 이 부분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예를 들면, 중국 수출의 경우 중국 국민들의 소득수준이 개선됨에 따라 고가의 고급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으므로 이러한 트렌드에 맞는 상품을 개발하고 수출하는 신(新)시장 전략이 필요하다. 동시에 수출지역과 품목을 다변화해 웬만한 격랑에도 흔들림이 없는 안정적인 수출구조로 변화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시급한 대책은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라 후폭풍이 예상되는 1100조 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것이다. 돈 풀기와 부동산 띄우기로 요약되는 초이노믹스의 결과로 이미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부채는 한국경제의 뇌관이 된 지 오래이기 때문에 가계부채 관리에 실패하면 금융 수장의 바람대로 세계경제는 위기를 비껴가도 한국경제는 위기의 진앙지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