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 면세점에 이어 ‘두번째 황금알’로 평가받는 복합리조트 입지 발표가 코앞에 닥쳤다. 몇 개 지역을 선정할지 확정되지 않았지만, 신청서를 접수한 국내외 기업 34곳이 문체부의 입만 쳐다보며 기다리는 중이다. 19개 업체가 인천을 택했고, 나머지는 강원도 춘천부터 부산 북항, 서울 노량진에 이르기까지 지역별로 다양하게 포진돼 있어 문체부 발표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인천 영종도에 2~3곳을 몰아줘 라스베이거스나 마카오 같은 ‘카지노 메카’를 만드는 방안이 유력한 가운데, 큰손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을 지정해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어찌됐든 정부 결정에 따라 사업 규모와 관광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목표 달성 여부가 판가름나기 때문에 문체부는 냉철한 검증과 기준을 갖고 옥석을 가려야 한다.
먼저 카지노만으로 수익을 내려는 진정성 없는 투자자는 반드시 걸러내야 한다. 정부가 목표한 복합리조트 사업은 새로운 관광명소 개발이다. 관광 인프라 구축 등 비게임(Non-Gaming) 부문에 대한 투자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사업 초기 카지노와 호텔만 세워 돈을 벌고, 그 수익금으로 다음 단계 투자를 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업체는 제외시켜야 애초 목표를 충족시킬 수 있다.
카지노 천국 마카오는 2020~22년 카지노 사업자 면허 갱신을 위해 ‘Non-Gaming 요소의 발전도’, ‘마카오 지역주민 고용률’, ‘카지노 사업자들의 사회공헌 프로그램’ 등을 주요 평가 항목으로 정했다. 마카오가 외국자본에 시장을 개방한 지 14년 만에 카지노의 사회적 영향을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의 공급 과잉과 중국 리스크에 대한 전문가들의 지적도 정부는 귀담아 들어야 한다.
작년 국내 외국인 전용 카지노의 전체 매출은 1조3700억원으로 1조4700억원의 강원랜드 한 곳보다 적은 수준이다. 8곳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있는 제주도의 경우 이미 과잉 공급으로 탈세와 사기도박단 테이블 대여 등 부작용이 심하다. 지난해 제주 중국인 관광객 수는 약 300만명에 육박하며 2010년부터 연평균 64%의 높은 성장률을 보여주고 있지만, 도내 카지노 전체 매출액의 연평균 성장률은 도내 전체 외국인 관광객 증가세에 크게 못 미치는 9%에 그쳤다. 지난 6월엔 메르스 여파로 제주의 경우 6월 일평균 매출액이 전년 동월 대비 -88%로 급락하기도 했다. 공급 및 투자 과잉으로 경쟁력을 잃는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 냉철한 수요·공급 분석과 중국 리스크에 대비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수도권에는 현재 운영 중이거나 운영이 확정된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서울 3곳, 인천 2곳 등 5곳이나 있다. 업계에서 예상하는 대로 2곳 모두 영종도로 결정될 경우 심각한 공급 과잉이 우려된다. 이 때문에 수도권이나 영종도에 복합리조트가 추가 설립된다면 제주도 외국인 전용 카지노 시장처럼 적자에 빠지거나 공멸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는 전문가들의 우려를 정부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