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와 여성 ②-2 여성 경제활동 참여정책]“여성 경제 자립능력 키워야 성평등 가능”

입력 2015-08-13 11:27 수정 2015-08-13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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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성평등 수준 30년 전과 비슷… 법·제도 바뀌었지만 삶은 그대로… 일상생활에서 성평등 체감해야

▲이숙진 서울시여성가족재단대표는 여성의 자립능력이 중요하다며 여성이 경제활동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젠더 이퀄리티(Gender Equality, 양성평등) 지수 변화를 가져올 가장 큰 힘은 여성들의 경제적 자립 능력이다. 즉 경제력이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다. 법률과 정책은 많이 바뀌었다. 제도적 변화를 넘어 생활 속 성평등을 체감하고 누릴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우리나라의 성평등지수는 117위(2014 세계경제포럼(WEF) 세계 성 격차 보고서 기준)다. 여성경제활동 참가율은 50.5%(2015년 1분기). 남성과는 2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도 최하위다. 여성의 지위가 향상됐다고들 하는데 이런 수치를 보면 인식하기 어렵다. 성평등 사회를 실현하는 데 걸림돌은 무엇일까. 다양한 성평등 정책을 제안하며 여성 권익 신장과 여성 경제활동 촉진에 나서고 있는 이숙진 서울시여성가족재단 대표를 만나 들어봤다.

이숙진 대표는 이화여대에서 여성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대통령비서실 행정관과 비서관을 지냈다. 젠더사회연구소장을 역임한 후 서울시 여성가족재단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여성가족재단은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을 연구·개발하고 여성단체와 네트워크를 다지며 다양한 성평등 사업을 지원하는 곳이다. 최근에는 국내 최초 성평등 도서관을 개관해 주목받았다.

“약 2년 2개월 전인 2013년 5월, 일본 도쿄 여성플라자, 오사카 여성플라자 등을 방문했을 때 두 곳 모두 건물에 도서관이 있는 게 인상적이었다. 작년 10월부터 국내외 도서관이나 유사한 공간 등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탐방하고 조사했다. 별도로 책자 등을 구입하지는 않았고 기증받은 자료(약 5000점)와 기존에 갖고 있던 자료(약 5000점)로만 지난 7월 14일 도서관을 개관했다.” 이 대표는 이 도서관이 한국 여성의 삶과 변화를 기록하고 모으는 공간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이 대표가 걸어온 길을 보면 여성문제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학창시절 학내에서 언론 활동을 했다. 학교 신문사 기자로 여성 시리즈를 기획했다. 취재하고 기사화하면서 느낀 점은 여성들의 모습은 기록돼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또 학부 졸업 후 연이어 여성학 석·박사를 밟으며 여성문제를 어떻게 풀어낼까 고민하면서 다양한 연구를 했다. 또한 정책과 행정 영역에서도 이를 다뤄봤다.”

그는 특히 여성과 남성을 이분법적으로 나눠 생각하면 안 된다고 강조하면서 우리나라 성평등의 현주소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풀어냈다.

“여성의 삶의 변화는 필연적으로 남성을 포함한 삶의 변화와 같이 가는 것이다. 대립적으로 분리시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아쉬운 점이다. 한국의 성평등 정도는 30년 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 법률과 정책 등 제도는 많이 바뀌었다. 더 이상의 제도적 변화를 가져오기에는 한계치에 도달했을 만큼 많은 변화를 가져왔으니 말이다. 그러나 삶이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다.”

이 대표는 생활 속 성평등을 체감할 수 없는 이유가 남녀의 역할이 달라지지 않는 상태에서 시간이 흐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여성의 삶 속에서 거의 변화를 볼 수 없는 영역으로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여율’을 꼽았다. 한국의 여성경제활동 참여율은 또한 30~34세에서 가장 낮은 수치를 보이는 M자 곡선을 그리고 있다. 여성들의 결혼 연령이 늦어지면서 아이를 낳는 시기 역시 자연스레 늦어졌고, 이로 인해 이직률과 경력단절여성의 수치가 높아진 탓이다.

“북유럽 국가들이 젠더 이퀄리티 지수가 높다. 또 여성과 남성의 경제활동참여율 정도(약 70~75%)가 비슷하다. 두 그룹의 수치 간격이 좁을 뿐만 아니라 그래프가 평행을 이룬다. 그래프 변화를 위한 시발점은 여성들의 경제적 자립능력이라는 의미”라며 이 대표는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여가 활발해져야 함을 다시 한 번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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