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경영승계 대해부] 日 ‘L투자사’와 韓 ‘호텔롯데’ 잇는 지분고리 자를 수 있을까

입력 2015-08-10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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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신동주, 홀딩스 주총서 표 대결 예고… 직원회·국제장학재단 캐스팅보트 부상

롯데그룹 승계구도가 요동치고 있다. 현재로선 신동빈 회장이 L투자회사 대표 선임 등 경영권을 장악한 것으로 보이지만, 형인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주총 소집과 소송 등의 반격을 예고해 한 치 앞을 예측하기 어렵다. 롯데그룹의 승계구도는 과연 어디로, 어떻게 정리될 것인가. 이를 파헤치면서 15회의 걸쳐 연재한 대기업 승계구도 시리즈를 마무리한다.

롯데그룹 지배권을 둔 형제간의 싸움에 그간 알려지지 않은 오너가의 갈등 요소들이 서서히 불거지면서 향후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는 큰 격변을 겪을 전망이다. 형제간 갈등이 표면화 된 이상 일본과 한국 롯데그룹의 계열분리는 불가피하다는 것이 재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게다가 계열분리 과정에서 장남과 차남은 자신이 주도권을 잡고자 자본과 정당성 논리를 놓고 치열한 싸움이 벌일 수 밖에 없다.

◇신동빈 회장 선공 왜? = “아버지의 뜻이다.” 지난해 말 형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해임 당시 신동빈 회장이 내놓은 공식적인 멘트였다. 하지만 최근 신 전 부회장이 아버지인 신격호 총괄회장을 등에 업고 신 회장의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 해임을 지시했다. 신 회장의 말에 앞뒤가 맞지 않는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이를 두고 재계 일각에서는 신 회장이 밝힌 아버지의 뜻은 세간에 알려진 ‘일본-장남, 한국-차남’의 승계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프레임으로 신 회장의 행보를 분석하면, 신 회장은 일본과 한국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자신이 주도적으로 개편할 필요성이 크게 대두된다.

사실상 현재의 지배구조 및 포스트 신격호 총괄회장 체제에서 신 회장은 한국 롯데그룹에 대한 완벽한 지배권과 경영권을 행사하지 못한다. 장남이 책임졌던 일본 측 롯데그룹의 감시와 견제를 비롯해 신 회장은 롯데그룹의 국적 논란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롯데그룹의 국적 논란은 정치적인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민감한 부분이다.

특히 신 전 부회장이 일본 롯데그룹 독단적으로 지배구조와 사업구조 개편에 나서면 한국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는 사실상 휘청거릴 수 밖에 없다. 한국 롯데그룹의 순환출자 등의 문제 등 지배구조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한 작업의 출발점도 일본 롯데의 지배구조에서 시작한다. 이에 따라 신 회장은 한국 롯데그룹의 공고한 지배구조 완성을 위해 일본 롯데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에서 형을 배제시켜야 하는 결론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신 회장은 일본 롯데의 사업구조보다 지배구조가 절실한 상태이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일본에서 한국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만 자신 중심으로 개편하고자 일본에서 계열분리를 추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롯데그룹 어디로 갈까 = 신 전 부회장은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은 자신이 맡고 한국은 신 회장이 맡아 경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롯데홀딩스에 대한 경영권을 자신에게 돌려달라는 얘기다. 이는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이 어떤 형태로든 각자의 중심으로 계열분리를 원하고 있음을 방증하고 있다.

우선 현 상황은 신 회장에게 유리하게 돌아간다. 그럼 신 회장은 앞으로 어떤 카드를 꺼낼 수 있을까. 이는 지난 2007년 개편한 후 유지되고 있는 현재의 일본롯데그룹 지배구조에서 짐작할 수 있다. 일본 롯데그룹 지배구조는 롯데홀딩스와 롯데전략적투자로 크게 양분된다. 두 회사는 투자 목적으로 설립한 L1~L12의 자회사를 두고 있다. 롯데홀딩스는 L2~L6를, 롯데전략적투자는 L1과 L7~L12를 완전 지배하고 있다. 이들 L회사들은 모기업인 롯데홀딩스와 함께 한국 롯데그룹의 지배구조상 최상위에 포진하고 있다.

신 회장은 롯데홀딩스와 L회사들인 보유한 호텔롯데 지분만 형의 그늘에서 빼내면 한국롯데그룹의 독립적인 지배구조를 완성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신 회장은 우선 롯데홀딩스와 롯데전략적투자의 인적·물적 분할을 통해 호텔롯데의 주요주주인 L회사를 완전히 지배할 수 있는 절대 지분 이상을 확보하려 할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신 전 부회장은 일본 롯데그룹의 자산 중 상당부분이 한국 롯데로 이어지는 투자부분이기 때문에 신 회장의 행보에 쉽게 동의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신 전 부회장은 신 회장이 일본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를 개편하려 나설 때 일본 측 자산에서 빠져나가는 부분에 대해 보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또 장자 승계의 정당성을 내세워 그룹의 모체인 한국 측 롯데제과 등 식음료 계열사의 경영권을 확보하려고 나설 수 있다.

이 같은 관측을 현실화시키기 위해서는 캐스팅 보트를 행사할 수 있는 일본 롯데직원회와 롯데국제장학재단을 움직여야 한다. 2007년 작성된 일본 롯데 지배구조 개편 보고서를 보면 일본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는 광윤사로 28.1%를 보유하고 있다. 이어 롯데직원회가 27.8%로 2대주주로 있다. 나머지 지분인 44%의 대부분은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이 비슷한 비율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롯데홀딩스 주주총회 승리의 확실한 카드는 롯데직원회 지분 확보다.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가 신 회장의 지지를 공식화 점을 고려하면 신 회장이 롯데직원회의 지분을 우호지분으로 이미 확보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이 해임 이후 7개월이 넘도록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하지 못한 점도 신 회장의 지배력이 위에 있음을 방증하는 부분이다.

신 전 부회장은 우호세력 결집 등 주주총회 등을 통해 표 대결을 펼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국 롯데그룹의 정점에 있는 호텔롯데와 롯데쇼핑 등을 통한 일본 측 계열사 지분 확보도 가능한 부분이며 지루한 법적 다툼도 전망된다.

일본 측 이사회를 장악한 신 회장은 한국롯데그룹의 지배구조 완성을 위해 롯데홀딩스와 롯데전략적투자의 지배구조를 신속하게 개편하려고 할 것이다. 형제간 싸움이 길어질수록 정부와 정치권으로부터 집중적인 공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신 회장이 갈등을 신속하게 봉합하려면 신 전 부회장의 입맛에 맞는 계열분리 카드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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