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의회는 23일 국제채권단이 3차 구제금융 지원 조건으로 내건 2차 경제개혁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날 법안에는 은행 도산 시 채권자와 주주가 손실을 부담하는 유럽연합(EU)의 은행회생 정리지침 준수와 민사소송 절차 간소화 등 2개 법안이 상정됐다. 그리스 의회는 전체 의원 300명 가운데 찬성 230명, 반대 63명으로 2차 경제개혁법안을 통과시켰다.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격렬히 반대했던 급진좌파연합(시리자) 소속 의원 149명 중에는 강경파 좌파연대 소속 의원 36명이 반대, 기권, 불참했다.
이로써 그리스는 채권단이 요구한 3차 구제금융 협상 조건을 충족, 이와 관련한 공식 회담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유럽연합(EU)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ECB, 국제통화기금(IMF) 등 채권단은 24일 그리스 아테네에 모여 3차 구제금융 협상을 시작한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그러나 3차 구제금융 협상 역시 순탄치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랄프 브링크하우스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연합 원내부대표는 성명서를 통해 “협상 과정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3차 구제금융이 당연한 것처럼 자동적으로 이뤄지진 않을 것”이라며 “그리스 의회가 경제개혁안을 승인했지만 개혁안을 실행하는 것이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IMF의 게리 라이스 대변인도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이) 진전되려면 (그리스의) 정책 개혁 방안과 그에 대한 의지, 그리고 자금조달 방안을 비롯한 실행 계획에 대한 충분한 판단이 필요하다”며 협상 과정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채권단 측은 3차 구제금융 협상이 기한 내에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를 막고자 브릿지론의 재도입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약 한 달 뒤 돌아오는 ECB 채무 상환 기한 전까지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가동시키지 않으면 그리스는 다시 디폴트에 직면한다. 앞서 그리스는 EU로부터 70억 유로의 브릿지론을 지원받아 ECB와 국제통화기금(IMF)의 부채를 상환해 위기를 한 차례 모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