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생각] 7월 25일 呻其佔畢(신기점필) 눈에 보이는 천박한 것만 되뇌는 공부

입력 2015-07-25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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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남이 지어주었든 스스로 지었든 아호에는 본인과 남들의 지향과 바람이 담겨 있다. 가령 신독재(愼獨齋)나 신독(愼獨)은 “군자는 반드시 혼자 있을 때에도 삼가고 경계해야 한다”[君子必愼其獨也]는 대학, 중용의 말에서 따온 아호다. 다산 정약용은 “하늘은 형상도 소리도 없지만 인간을 낱낱이 굽어보고 있으니, 이런 사실을 깨달아 깜깜한 방에 혼자 있을 때에도 계신공구(戒慎恐懼;경계하고 삼가서 두려워함)하는 것이 신독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김종직(金宗直·1431~1492)의 아호 점필재(佔畢齋)는 무슨 뜻일까. 정몽주와 길재의 학통을 계승해 김굉필-조광조로 이어지는 조선시대 정통도학의 중추 역할을 한 사람의 아호는 역시 평범하지 않다. 예기 학기(學記)에 이런 말이 있다. “오늘날 사람을 가르치는 자는 그 점필(佔畢)을 되풀이하고 그 물음을 많이 해서 말이 수다하다.”[今之敎者 呻其佔畢 多其訊 言及于數] 그래서 “사람을 가르치되 그 재능을 다하게 하지 못한다.”[敎人不盡其材]

여기 나오는 신기점필(呻其佔畢)에서 신은 되풀이해서 말하는 것, 점필은 눈에 보이는 천박한 것을 말한다. 눈에 보이는 천박한 것만 되뇌고 깊은 뜻에 통달하지 못하는 게 신기점필이다. 그런 학문과 삶을 경계하는 마음을 담은 아호가 점필재다.

김종직은 이조참판 병조참판 공조참판 등을 역임했다. 그러나 중국의 고사를 인용해 세조의 왕위찬탈을 비난한 ‘조의제문(弔義帝文)’이 후일 무오사화의 빌미가 됐다. 사관인 제자 김일손(金馹孫)이 스승의 글을 사초에 수록한 것이 조선조 최초의 사화를 불러 김일손은 극형에 처해지는 등 많은 제자들이 죽었고, 김종직은 부관참시를 당했다. 중종반정 이후 신원돼 밀양의 예림서원(藝林書院), 선산의 금오서원(金烏書院), 함양의 백연서원(柏淵書院) 등에 제향됐다. 시호는 문충(文忠). fusedt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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