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짜’, ‘식객’으로 잘 알려진 만화가 허영만<사진> 화백이 삼성 사장단을 대상으로 강연을 펼쳤다. 삼성 사장단이 만화가를 초청해 강연을 들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허 화백은 15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수요사장단 회의에서 ‘나는 아직도 진화하고 있다’는 주제로 강연했다. 이날 허 화백은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마음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만화가 데뷔 이후의 삶과 노력을 설명했다.
특히 그는 만화가로 데뷔한 이후 꾸준히 새로운 시도를 했고 취재와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가를 다룬 ‘각시탈’과 현대사를 다룬 ‘오! 한강’을 다룰 때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자료 수집에 몰두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습관은 데뷔 전 8년에 걸친 문하생 시절, 서울 명동 중국대사관 부근 중국 서점에서 소재별 그림 자료를 모으던 것부터 시작했다며 그 시절이야말로 자신의 “창작의 비밀”이라고 전했다.
허 화백은 “관상을 다룬 ‘꼴’을 그리기 위해 유명 관상가인 신기원 선생 문하에서 하루 세 시간씩 관상 공부에 매진했다”는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도박사를 다룬 ‘타짜’ 그리기 위해선 경남 함양에서 노름꾼들을 취재했다. 그는 “(노름꾼들이) 원체 말을 잘 안 해줘서 그들만의 내밀한 세계를 취재하기 매우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허 화백은 끈기와 집중력을 만화가로서의 장수 비결로 꼽았다. 그는 “과거 만화계는 카르텔이 굉장히 강해 데뷔하기 어려웠다”며 “3년 안에 승부를 내야겠다는 각오로 입시공부하듯이 달려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1970~80년대까지만 해도 독고탁으로 유명한 이상무, 까치의 이현세 등에 밀려 항상 2등을 해왔다”며 “꾸준히 5등 안에는 들겠다는 전략으로 버텼던 게 지금까지 온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성과에 대한 보상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내 문하생 출신인 윤태호 작가가 만화 ‘미생’으로 25억원을 벌었다”며 “거기까지 가기 위해 고생한 것에 비하면 과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허 화백은 1974년 한국일보 신인만화공모전을 통해 데뷔한 뒤 40년 넘게 꾸준히 작품 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한국의 대표적인 만화가다. ‘각시탈(1974)’, ‘오! 한강(1988)’, ‘미스터 손(1989)’, ‘아스팔트 사나이(1991)’, ‘비트(1994)’, ‘타짜(2000)’, ‘식객(2003)’, ‘꼴(2008)’, ‘말에서 내리지 않는 무사(2010)’ 등 장르를 넘나들며 화제의 작품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