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그리스...디폴트 의미와 그 과정은?

입력 2015-06-29 14:56 수정 2015-06-29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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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의 디폴트가 임박했다”

국제 채권단과의 구제금융 협상이 결렬된 그리스가 재정 고갈로 오는 30일 국제통화기금(IMF)에 대한 채무를 이행하지 못해 디폴트를 선언할 것이란 관측이 고조되고 있다. 구제금융 협상 결렬→디폴트→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이탈)로 이어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빠져드는 양상이다.

디폴트는 어떻게 선언하게 되는 될까. 디폴트의 의미와 그 프로세스를 알아보자.

그리스의 경우, 재정이 바닥나 구제금융마저 갚을 능력을 상실해 국가부도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국가부도 위기에 처한 나라는 채무에 대한 원금과 이자를 상환할 수 없다. 이러한 채무불이행 상태를 디폴트와 모라토리엄으로 구분한다. 디폴트와 모라토리엄은 채무자가 빚을 상환할 의사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구분한다. ‘상환할 의사가 있으니 시간적 여유를 달라’는 모라토리엄과 달리, 디폴트는 ‘상환할 수 없으니 알아서 하라’는 쪽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모라토리엄(moratorium)은 라틴어 ‘morari(지체하다, 늦추다)’와 ‘-ium(상태)’가 합쳐진 말로 채무지불을 미루는 것을 뜻한다. 상환 시점에 부채를 갚을 여력이 없어 일시적으로 부채상환을 연기해야 할 때, 국가는 모라토리엄을 선언한다.

마지막 카드인 ‘디폴트(default)’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 또는 해야 할 일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분야에 따라 의미가 다양한데, 금융에서는 특정 국가가 외국에서 빌려온 돈을 계약된 상환기간 안에 갚지 못해 부도에 이르는 상황을 말한다. ‘채무불이행’이라고도 한다.

디폴트에는 두 가지 경우가 있는데 하나는 채권자가 빌려준 돈을 정해진 기간 동안 받을 수 없게 됐을 때 채무자의 다른 재산이라도 확보하기 위해 선언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채무자가 채무를 변제할 수 없는 채무불능상태에 빠진 것이다.

만약 채권은행이 채무를 가진 국가에 대해 디폴트를 선언하면 그 은행은 본래 채무를 상환하기로 한 기간 이전이라도 원리금의 회수를 강행할 수 있는데, 이때 채무국에서 일방적으로 채무변제의 거부(debt repudiation)를 선언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2월 그리스와 채권단은 2월 말로 종료예정이던 구제금융 프로그램 기한을 6월 말로 4개월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그리스는 당시 IMF와 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 트로이카로부터 개혁안을 잘 이행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양측은 지난 5개월간 그리스의 구제금융의 전제 조건인 경제개혁안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해오다가 결국 구제금융 프로그램 폐기 만료일에 이르렀다.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 의장은 27일 구제금융 프로그램 종료 시한을 연장해 달라는 그리스의 요청을 거부하고, 구제금융 프로그램은 예정대로 오는 30일 종료될 것이라고 밝혔다. IMF 역시 그리스가 상환기일인 30일까지 부채를 갚지 못하면 유예기간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앞서 지난 4일 그리스는 이달까지 네 차례에 걸쳐 만기가 돌아오는 총 15억3000만 유로의 IMF 부채를 이달 말에 일괄 상환하기로 한 바 있다.

그리스가 오는 30일 IMF에 대한 채무를 이행하지 못하면 2주 후 IMF는 독촉장을 발송한다. 그 후 2주가 지난도 상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IMF는 디폴트, 즉 국가파산을 선언한다. 그 단계에서 ‘크로스 디폴트(cross-default)’와 ‘크로스 액셀러레이션(cross-acceleration)’이 시작된다. 크로스 디폴트는 특정 융자 계약에서 디폴트 선언을 한 채권자가 채무자의 다른 융자 계약에 대해서도 디폴트를 선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크로스 액셀러레이션은 상환 기한 전이라도 즉기 상환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IMF에 상환이 이행되지 않을 경우, IMF는 공적 채권자로서 일반 투자자가 아니기 때문에 신용평가사는 즉시 그리스의 디폴트를 인정하지 않을 수 있다. 그리스가 IMF에 부채를 제때 상환하지 못하더라도 대외적으로 즉각 디폴트에 빠졌다는 평가를 받는 것은 아니라는 것.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공적 채권단인 IMF에 대한 그리스의 부채 상환 실패는 디폴트로 판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다만 채권자가 크로스 액셀러레이션에 의해 그리스에 상환을 요구하는 사태가 벌어지면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리스의 IMF에 대한 채무 상환 일정은 6월 30일에 15억 유로, 7월에 4억7000만 유로, 8월에 1억8000만 유로다. 또한 유럽중앙은행(ECB)이 보유한 그리스 국채 상환액도 7월에 35억 유로, 8월에 32억 유로다.

그리스 정부 부채의 약 80%는 EU, IMF, ECB ‘트로이카’가 보유하고 있으며, 민간은행은 20% 정도다. 그리스가 디폴트를 선언할 경우 가장 곤란한 것은 그리스와 트로이카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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