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원화 가치의 상대적 강세 흐름이 서서히 진정 국면에 접어드는 분위기다. 최근 전격적으로 단행된 기준금리 인하 조치로 풀이된다.
향후 원화는 6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 달러화 약세 환경에 다시 절상될 가능성이 있고고 ‘그리스 사태’의 결과도 원화 가치의 방향성을 가를 주요 변수로 꼽힌다.
22일 세계 금융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19일 기준)은 올해 들어 1.452% 상승했다.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가 올해 1.452% 하락했다는 뜻이다.
원화 가치는 또 블룸버그가 집계한 세계 31개국 통화 가운데 10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달러 대비 러시아 루블화(12.398%) 가치가 올해 들어 가장 많이 올랐다. 스위스 프랑화(7.837%), 대만 달러화(2.833%), 이스라엘 셰켈화(1.932%) 등도 원화 가치보다 상승률이 높았다.
가치 상승률이 원화보다 낮은 통화가 21개나 있어 여전히 상대적인 원화 약세를 말하기는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있지만 두 달 전과 비교하면 원화 가치는 확연히 떨어졌다.
지난 4월 말 기준으로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1% 이상 올라 31개 통화 가운데 네 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원화의 가치상승률 순위로 보면 두 달 만에 6계단(4위→10위) 내려갔다. 최근 한 달 간으로 범위를 좁히면 원화 가치의 상대적 약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원화는 최근 한 달 동안 달러 대비 1.711% 하락했다. 순위는 31개 통화 가운데 19위까지 떨어졌다.
앞서 원·달러 환율은 작년 하반기 이후 강달러 지속에 1100원대로 상승했다. 이후 경상수지의 대규모 흑자 기조 속에 중국의 통화완화 조치 등이 나오면서 원화의 상대적 강세가 두드러졌다.
그러나 하락세를 보인 원·달러 환율은 4월 말을 저점으로 다시 상승 분위기로 돌아섰다.
올해 들어 한국은행이 시행한 두 차례(3월·6월) 기준금리 인하가 원화 가치의 약세를 이끈 것으로 보인다. 김중원 메리츠종금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달 들어 원·달러 환율과 원·엔 환율 모두 상승해 원화 강세 우려가 완화되고 있다”며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와 6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내린 점이 원화 강세 완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6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 달러화 약세 분위기가 만들어져 원화 강세는 다시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 FOMC 회의에서 미국 금리 인상이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신호가 나오면서 달러는 주요국 통화 대비 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 유동성 위기에 처한 그리스의 부채 협상에 따라 원·달러 환율은 급등락할 수 있다. 그리스는 국제 채권단과 지난 5개월간 구제금융 분할금 지원과 관련한 협상을 했지만 아직 타결까지 이르지 못했다. 최근 협상이 결렬된 가운데 22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긴급 정상회의가 양측의 운명을 결정짓게 된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그리스 디폴트 우려와 함께 세계 금융시장의 안전자산 선호와 신흥 통화들의 약세 압력이 강해지고 있다”며 “이번에 디폴트를 피한다 하더라도 7∼8월 그리스의 부채 만기가 집중돼 있는데다 그리스의 정치적 불안이 이어져 그리스 문제는 잠재된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