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경의 미디어버스(media-verse)] 라디오의 운명

입력 2015-06-16 10:13 수정 2015-06-16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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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2년뒤 FM라디오 없애..서비스 개인화 등 ‘시급’

“비디오 킬 더 라디오 스타(Video killed the radio star)”. 1979년 영국의 팝 그룹 버글스가 노래했다. 신 기술과 기계에 의해 쓰여진 새 질서(영상)의 등장이 과거 라디오가 누린 영화를 앗아갔다고. 그러나 진짜 끝은 아니었다. 여전히 라디오를 듣는 청취자들이 건재했고 TV나 모바일에 견주기 어렵지만 여전히 라디오의 존재감은 분명히 있다.

그러나 점점 존재할 자리가 좁아지고 있는 건 사실이다. 청취자 감소보다는 오히려 제작 비용은 적게 들어도 광고 수익이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는 기형적인 구조가 큰 이유가 된다.

라디오 프로그램 제작은 TV 프로그램에 비해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비용도 적게 든다. 따라서 방송 효과는 높고 같은 프로그램을 매일 생방송으로 제작하기도 쉽다. 성이나 연령, 직업, 취미 등 청취자의 인구통계학적 특성에 따른 특화 편성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친구 같은 감정을 느끼게 하는 개인 미디어에 가까워 고정 청취자들에게 소구하는 광고를 하기에 괜찮은 미디어일 수 있다.

하지만 산업 규모 자체가 크지 않고 TV 방송의 부수적인 방송쯤으로 간주되어 온데다 무엇보다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가 TV광고 판매에 주력하면서 라디오 방송에 대한 광고판매를 지상파TV에 연계하는 형태를 계속해 온 것이 라디오 방송을 힘겹게 만들어오지 않았나 싶다. 팟캐스트나 인터넷 스트리밍(인터넷 라디오) 소비가 늘어나고 있는 것 역시 도전이다.

이런 가운데 노르웨이는 전통적인 FM 라디오 네트워크를 없애겠다고 선언했다. 2년 뒤인 오는 2017년부터는 오로지 디지털 라디오 방송만 한단다.

(NPR)
그럼 전파를 사용하는 라디오 방송국들은 다 문을 닫게 될까. 디지털 방식으로의 전환이므로 그런 결론까지 나지는 않을 것 같다.

흥미로운 조사 결과가 있다. 사람들이 ‘듣는 미디어’를 ‘보는 미디어’ 때문에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는 것. 중요한 건 ‘내가 골라 듣는 미디어’를 선호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실시간 스트리밍이 아니라 원하는 때에 들을 수 있는 ‘주문형 스트리밍’을 선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10일(현지시간) 니먼랩(niemanlab)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미국인들의 공영 라디오(public radio: 영리를 추구하지 않고 미국 공영방송공사(Corporation for Public Broadcasting) 인증을 받은 방송국들을 지칭한다. NPR도 여기에 포함된다) 청취 시간은 전년 동기대비 6% 감소했다.

라디오에서 스트리밍 같은 디지털 리스닝(digital listening)으로 이동하는 추세도 줄고 있었다. 그러나 ‘주문형(on-demand) 듣기’에 대한 수요는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구’를 파악한 NPR은 애플리케이션(앱)을 만들었다. 개발 비용이 얼마나 들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NPR 원(One)’이라는 앱을 다운로드받으면 사용자들이 주문형으로 전국 혹은 지역과 관련한 라디오 방송을 골라 들을 수 있다. 아직은 이 앱 소비자들이 미미한 편이지만 점차 늘고 있어서 4월 기준으로 사용자들은 앱을 통해 주당 약 80분 가량을 청취하고 있다.

미국에서 유명한 라디오 앱인 튠인(tunein)을 통한 라디오 청취 시간은 전체적으로는 감소했다. 하지만 주문형으로 NPR의 6개 프로그램을 듣는 총 시간은 23%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도 소비자들의 자율적인 라디오 듣기가 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NPR 선임 디렉터 스티브 멀더는 “이는 TV를 비롯해 모든 미디어 소비 트렌드에서 똑같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면서 “점차 주문형으로, 스스로 골라 듣는 것(self-curated listening) 옮겨가고 있다”고 언급했다. 멀더 디렉터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소비하는 미디어를 통제하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시장의 변화는 기술의 발전에서 시작되는 것이지만 결국 소비자(청취자)들의 소비 패턴 변화로 이어지게 된다. 그러니 내 마음에 맞게 골라드는 서비스를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알맞은 서비스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니까 무조건 ‘다시듣기’할 수 있게 방송 파일을 업로드해주는 기계적인 서비스를 하는 것은 별 소용이 없지만 청취자들이 듣고싶은 것을 골라서 들을 수 있도록 콘텐츠를 재가공해 서비스한다면 승산이 있다는 얘기가 된다. 대개의 방송국들은 그날 방송분 전체를, 혹은 너무 길면 두 서너 개 정도로 파일을 쪼개 다시듣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그것보다는 골라듣기가 용이하게 코너별, 혹은 테마별로 파일을 쪼개 서비스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아마도 이런 말이 나올 수 있겠다. “그런 파일 쪼개기나 분류 작업은 누가 하는데?”라고. 어느 조직이나 효율 극대화를 위해 가장 적은 인원이 가장 많은 일을 해내도록 하는 구조이다보니 나오는 말이다. 그러나 결국은 철저한 청취자 분석이 필요하고 그 주체는 방송국이 되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최근 대폭 개정돼 나온 <저널리즘의 기본원칙> 3판에도 저자인 빌 코바치와 톰 로젠스틸은 이렇게 말하고 있는 걸 본다. “저널리즘은 진실에 대한 의무와 공공의 이익에 대한 충성의 의무를 다해야 하지만 독자에게 흥미롭게 전달하는 방법 역시 이제는 저널리스트들이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말이다.

국내 미디어 전문가인 H박사는 필립 M.나폴리(Philip M. Napoli)의 말을 인용하면서 방송국들의 변화가 우선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H박사는 나폴리가 <수용자 진화>에서 한 말, “수용자란 실체가 없으며 합의에 의해 제도화되는 것”이라는 말을 재차 강조했다. 콘텐츠를 제작한 뒤 무조건 퍼주다가(무료로 다시듣기 서비스 등을 하다가) 갑자기 수익이 필요하다고 유료화한다면 과연 어떤 청취자가 그것을 저항없이 받아들일 수 있겠냐는 것. 청취자의 변화에 따라 방송사의 서비스 제공 모델이나 수익 모델이 다 변화해야 하며 무엇보다 “수용자(청취자) 증명의 의무는 방송국에게 있고 그것을 광고주에게 설득할 의무도 방송국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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