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중국증시의 고공행진이 계속되자 미국증시에 상장했던 중국 기업들이 자국으로 되돌아갈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올해 미국증시에 상장했던 중국 기업 중 11곳이 상장폐지 계획을 발표했으며 금액상으로는 134억 달러(약 15조원)에 달한다고 11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금융정보업체 딜로직 집계를 인용해 보도했다. 지난해 불과 1곳 만이 상장을 폐지해 6억6000만 달러가 빠져나간 것과 대조적이다.
중국 버짓호텔(budget hotel) 체인인 홈인스호텔그룹홈은 이날 10억 달러 규모의 상장폐지 계획을 밝히면서 이 대열에 합류했다. 데이터센터업체 21비아넷그룹과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런런, E-하우스홀딩스 등이 올해 미국증시를 떠나기로 한 대표 업체들이다.
이들 업체는 상장폐지한 근본적인 이유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은행가와 업계 관계자들은 이들이 중국증시에 상장하기 위해 미국에서 상장을 폐지한 것이라고 추정했다.
중국증시의 상하이종합지수는 올 들어 60% 가까이 상승했다. 기술주와 성장주가 몰려있는 선전증시의 상승폭은 그보다 훨씬 크다고 WSJ는 전했다.
반면 미국증시는 정체된 상태다. 다우지수의 올해 상승률은 1.21%, S&P500지수는 2.43%에 그치고 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가 7.32% 올랐으나 중국증시의 상승세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중국 부티크투자은행 차이나르네상스의 판바오 설립자는 “중국 기업들이 자국으로 귀환하려는 가장 큰 동기는 미국증시와 중국증시 A주의 밸류에이션 격차”라며 “과거 중국 자본시장은 이들 기업을 제대로 평가해 투자하기에는 역량이 부족했으나 상황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미국보다 중국증시에서 가치를 더 높게 평가받을 수 있는데 굳이 미국증시 상장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증시가 최근 6년간의 오랜 침체기에서 벗어나고 있어 그런 움직임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그룹홀딩이 지난해 9월 사상 최대인 250억 달러 IPO로 미국증시에 화려하게 데뷔했으나 앞으로 중국 새 IT 업체들은 뉴욕 대신 상하이를 택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다만 이들 기업의 상장폐지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고 WSJ는 내다봤다. 시장에 나와있는 주식을 회수하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소액주주들에게 피해가 갈 것을 우려하는 미국 증권당국의 엄격한 심사도 거쳐야 한다. 또 이런 장애물을 넘었다 하더라도 중국증시 버블이 언제 붕괴할지 모른다는 부담도 감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