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꽃들의 36.5℃] 인공 단맛의 무한질주, 브레이크를 걸자

입력 2015-06-09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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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사진=MBC 방송 화면 캡처)

생크림, 시럽, 휘핑크림…. 바야흐로 단맛의 향연이다. 먹방(먹는 방송)을 넘어 쿡방(요리하는 방송)으로 진화한 TV 속 광경이다. 전문가임을 내세운 셰프들은 저마다 입맛을 자극하는 레시피(Recipe)와 플레이팅(Plating)으로 호화로운 요리를 선보인다. 보고만 있어도 군침이 흐르는 이색 음식들이 TV 요리쇼에 가득하다.

여기에서 단맛의 존재감이란 둘째가라면 서럽다. 음식점을 평가하는 토크 프로그램에서도 이른바, ‘초딩 입맛’을 자처하는 MC들의 비평이 쏟아진다. 달고 짠 맛이라면 무작정 좋다는 뜻이다. 심지어 ‘쿡방’으로 인기 끄는 백종원 사장 역시 설탕을 많이 넣는 요리 방식 탓에 ‘슈가보이’란 별명을 얻었다.

매스미디어에서 쏟아내는 단맛은 음식 칼럼니스트 등 전문가의 입체적 맛 평가를 제치고 공감을 쉽게 획득한다. 단맛은 음식 선호를 선점하는데 무시할 수 없는 요건이 됐다. 대중 취향을 대변하는 한 가지 기준으로 강력하게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매스미디어는 영향력을 발휘하며 신속하게 음식의 맛을 획일화시킨다. 가정음식에서부터 시중 음식, 그리고 판매되고 있는 음료에 이르기까지.

짠맛, 신맛, 쓴맛과 함께 4대 미각인 단맛은 ‘감미(甘味)’라고도 불린다. 단맛을 내는 식품은 감미료라고 한다. 미디어에 의해 조장되고 있는 단맛 열광이 문제인 것은 사카린, 아스파탐 등 인공 감미료의 과도한 사용을 초래하며 자극적인 인공 단맛에 중독돼 균형 잡힌 미각을 상실케 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욕망을 통한 사회의 불균형의 시작은 단맛 과잉에서 출발했다. 이는 동서양 근대사의 산업 발전 과정에서 활발하게 진행된 사탕수수 무역에서 잘 드러난다. 사탕수수의 단맛에 도취한 유럽인은 플랜테이션, 즉 대규모 농사를 짓기 위해 아프리카인을 노예 삼아 아메리카 대륙에 강제 이주시켰다. 하루가 멀다고 값이 치솟는 설탕은 부를 상징했다. 고전 평론가 고미숙씨는 “설탕 지옥이 자본 천국의 밑거름이 됐다”고 분석했다.

나아가, 균형을 상실한 건 오늘의 우리도 마찬가지다. 미디어와 특정 세력에 의해 강력하게 제시되는 하나의 이데올로기는 많은 사람에게 정답을 강요하고 있다. 다른 주장을 펼치는 사람을 철저히 배척해 독단의 논리에 빠져든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자화상과 닮았다.

이는 차이를 살피지 않는 획일화의 논리에 중독된 것이다. 정치부터 사회분야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발생하는 문제들의 한쪽에는 다양한 시각의 부재가 똬리를 틀고 있다. 인공적인 단맛 뿐이 아니라, 홍시 같은 천연의 단맛을 맛봐야 한다. 그것이 다양성이다. 다양성의 확보는 획일화한 논리가 지배하는 경직된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첫걸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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