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국제유가 하락으로 재정위기에 빠졌다. 이에 사우디는 태양광 산업을 통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고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5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정례회의를 앞두고 알리 알 나이미 사우디 석유장관의 일거수일투족에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그의 입에서 나온 것은 전부 태양광에 관한 것이었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그동안 태양광 등 청정에너지 개발을 말로만 부르짖었던 사우디가 이번에는 이를 실천에 옮길 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알 나이미 장관은 회의에 앞서 이날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번 회의에서 미래 에너지산업 전반을 논의하고 싶다”며 “그 가운데 태양광에 관심을 갖고 있다. 태양광은 모두에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달 말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기후변화 국제회의에 참석해 “사우디는 금세기 중반까지 점진적으로 화석연료 사용을 중단할 것”이라며 “우리는 글로벌 태양광과 풍력산업을 주도할 계획이며 앞으로 수년 안에 화석연료 대신 전력을 수출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사우디는 태양광 발전을 하기에 적합한 환경이지만 현재 발전용량은 50메가와트(MW) 미만으로 독일의 0.1%에 불과하다. 전력 대부분은 석유 화력발전으로부터 나온다.
그러나 모하메드 라마디 킹파드석유광물대학 교수는 “이번에는 다르다”며 “사우디는 에너지산업 재편성에 착수했고 관련 정부 부처는 태양광 산업 발전을 촉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가 태양광에 주목하는 것은 국제유가 하락으로 재정난을 겪는 가운데 타개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리서치업체 자드와리서치는 지난 1분기 사우디 경제평가 보고서에서 올해 정부 재정적자가 1060억 달러(약 117조36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정부 예상치의 약 2.7배에 달하는 규모다.
자드와는 “국제유가 하락으로 올해 사우디 석유 수출 수입이 1718억 달러로 전년보다 35% 감소할 것”이라며 “이에 사우디가 15년 만에 처음으로 차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또 태양광은 장기적으로 사우디의 에너지 비용 부담을 더는 효과도 있다. 사우디는 중동 최대 석유 소비국이어서 자국에서 생산한 석유의 25%를 내수용으로 쓰고 있다. 씨티그룹은 지난 2012년 보고서에서 “만일 사우디 석유수요가 지금과 같은 추세로 증가한다면 오는 2030년에는 석유 순수입국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한편 사우디는 이번 OPEC 정례회의에서도 산유량을 동결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이날 전 거래일 대비 2.6% 급락한 배럴당 59.64달러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