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면세점 입찰 박두…대기업 오너들 '입지' 달렸다

입력 2015-05-29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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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신규 면세점 쟁탈전이 다음 달 1일 관세청에 입찰 서류를 내는 것으로 본격적인 막이 오른다.

최대 관심은 대기업 몫 두 자리가 어디로 가느냐다.

이미 출사표를 낸 롯데면세점, 이랜드, 신세계그룹, 현대백화점-모두투어 등 합작법인, 현대산업-호텔신라 합작법인, SK네트웍스(워커힐), 한화(갤러리아) 등은 막바지 서류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관세청은 전문가 심사로 사업계획서 등을 면밀하게 검토한 뒤 7월 중 대기업에 두 곳, 중견기업에 한 곳의 면세점을 내준다.

백화점·대형마트·아웃렛 등 오프라인 쇼핑이 내리막길을 걷는 가운데 서울 지역 면세점은 중국 관광객의 매출이 커 아직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통한다. 이들이 면세점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주목할 것은 서울 면세점 낙점 여부가 출사표를 낸 대기업 오너들에게도 어떤 식으로든 입지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이다.

◇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경영능력 시험대

특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으로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력이 강화된 가운데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행로가 가장 큰 관심사다.

서울 신규 면세점 확보가 이 사장의 독자적인 경영 능력을 검증하는 첫 번째 시험대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사장은 정몽규 현대산업개발과 손잡고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에 한류·관광·쇼핑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면세점을 만들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용산 아이파크몰이 강북과 강남을 잇는 가교로서 용산전자상가가 인접한데다 공항철도까지 연결된다면 면세점으로선 최적지라는 것이다.

정 회장 역시 용산 아이파크몰 활용을 극대화하려고 일찌감치 서울 면세점 사업 의지를 비쳐왔다.

그러나 현대산업-호텔신라 합작법인이 면세점 특허를 따내려면 독과점 논란을 넘어야 한다. 작년 기준으로 호텔 신라는 서울 시내 면세점 시장의 26.5%를 차지했고, 19.9%의 지분을 가진 동화면세점까지 포함하면 호텔 신라의 점유율은 33.2%에 이른다.

호텔 신라가 합작 법인을 설립한 것도 독과점 논란을 피하기위해서다.

여하튼 면세점을 따낸다면 이 사장은 시험대를 무난히 통과하면서 오너 경영자로서 힘을 받을 수 있고, 정 회장은 현대산업개발 유통사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승부수 통할까

그룹의 모태이자 85년 역사의 국내 1호 백화점인 명동 본점 명품관 전체를 서울 신규 면세점 후보지로 결정할 정도로 '올인'한 정 부회장의 승부수가 통할 지도 관심거리다. 면세점은 신세계그룹의 20년 숙원이다.

신세계는 소공동 본점 면세점을 통해 명동의 중국인 관광객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롯데그룹과 한판 대결을 하려면 면세점이 있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실제 롯데면세점 소공점은 작년에 서울 시내 면세점 매출의 45.4%를 차지했다.

신세계는 롯데면세점 소공점과 함께 명동을 면세점 타운으로 조성하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전통시장인 남대문과도 연계를 구체화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특유의 뚝심으로 2012년 9월 부산 파라다이스 면세점을 인수했고 지난해 김해공항에 두 번째 면세점을 열었다. 올해 2월 인천공항에 면세점을 개설했다.

이번에 신세계가 면세점을 확보하면, 그룹 내에서 정 부회장의 위상이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은 신세계와 이마트 주식을 각각 17.3%씩 갖고 있다. 아들 정 부회장은 이보다 적은 7.32%씩을 보유하고 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 역시 면세점을 새 성장동력으로 보고 이를 따내는 데 그룹의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요즘 중국 관광객의 강남행이 잦아지고 있는 만큼 현대백화점의 강남 면세점(코엑스점) 주장은 관광객의 강남북 분산 효과라는 측면에서 호소력이 있다는 반응도 일각에선 나오고 있다.

롯데는 독점논란을 의식해 뒤늦게 동대문 피트인을 면세점 후보지로 정하고 뒤늦게 출사표를 냈으나 속내는 절실하다. 롯데는 연말로 소공점과 코엑스점 특허가 만료됨에 따라 연말 대전(大戰) 준비 차원에서라도 6월 입찰 참가는 불가피하다.

무엇보다 면세점 사업의 퇴조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가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친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그룹 부회장과의 그룹 후계 경쟁에서 승리한 신동빈 회장은 이제 사실상 그룹 최고경영자로서 성과물을 내놓아야 할 시기가 됐기 때문이다.

◇ 한화 김승연 회장 활발한 행보

'여의도 면세점' 카드를 내놓은 김승연 한화 회장의 활발한 행보도 눈길을 끌고 있다.

한화갤러리아는 여의도 63빌딩에 면세점을 개설해 쇼핑·엔터테인먼트·식음료 시설을 연계한 63빌딩 문화쇼핑센터 구상을 하고 있다.

명동과 종로 등에만 집중된 관광객을 분산시켜 서울 서남권 지역의 관광 진흥 효과도 꾀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편다.

주변 노량진 수산시장과 선유도공원, 한강공원, 국회의사당 등 지역적 환경을 활용한 외국인 관광 벨트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게 한화의 설명이다.

그러나 중소기업 몫 면세점 경쟁에 뛰어든 유진기업이 여의도 면세점 카드를 내놓으면서 기술적 난관에 부딪힌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유진기업이 여의도 전 MBC사옥을 후보지로 정한 탓에 한화와 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 여의도에 대기업과 중견기업 면세점을 동시에 줄 가능성이 작다는 이유에서 유진기업이 중소기업 몫 면세점을 확보할 경우 한화로선 어려운 처지에 놓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승연 회장의 행보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그는 ㈜한화의 지분 22.65%를 가진 최대주주이지만 지난해 2월 유죄 확정판결 이후 ㈜한화의 대표이사 등 7개 회사 이사직을 내려놓은 상태다.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아 형이 만료되거나 사면·복권되지 않은 상태에선 한화 임원을 맡을 수 없다.

그럼에도 그는 작년 12월 한화 본사에 출근하기 시작해 이라크 한화건설 건설현장을 방문했고, 지난 15일 한화생명 보험왕 시상식과 지난 22일 충남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에 참석했다. 이번 서울 신규 면세점 확보 사업에도 상당부분 간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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