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의 수입화장품 브랜드들이 면세점에서 판매하는 향수 가격을 일제히 인상한다. 환율과 관세 등 원자재 가격의 변동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을 올리는 상황이여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여러 수입화장품 브랜드들이 올 초 일부 제품의 면세점 가격을 낮춘 상황이여서 소비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구찌, 휴고보스, 돌체앤가바나(D&G) 등은 오는 6월 1일부터 각 온ㆍ오프라인 면세점에서 판매되는 향수제품 가격을 올린다. 인상은 일부 남성제품을 제외한 대부분 품목에 걸쳐 단행되며 평균 4% 수준, 최대 11% 까지 오를 것으로 보인다.
‘구찌바이구찌 오드퍼퓸’의 경우 11% 가량 올라 가장 큰 폭 인상된다. 지난해 새로 출시된 남성용 향수 구찌 ‘길티’ 등 일부 제품은 1% 수준에서 소폭 오른다. 스위스 화장품 업체 라프레리그룹의 라프레리 역시 전품목에 걸쳐 2∼3% 수준으로 가격이 인상된다.
수입 화장품들은 매년 가격을 꾸준히 올리는 추세다. 이번에 값이 오른 구찌, 휴고보스, D&G는 지난해 3월에도 5% 가량 가격을 인상했다. 올해 3월 1일에는 에르메스, 겐조, 로레얄 파리 등 수입 향수 등 뷰티 브랜드가 가격을 상향조정했다. 에스티로더 그룹의 크리니크, 오리진스, 랩시리즈, 라 메르, 바비 브라운과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그룹의 화장품 브랜드 프레쉬, 이탈리아 불가리(향수) 역시 올해 1월 1일부터 면세점 화장품 가격을 소폭 인상했다.
이는 원자재에 상관없이 ‘연례 행사로 오르는 가격 인상’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앞서 일부 수입화장품 브랜드들은 가격을 내렸다. 랑콤, 키엘, 비오템, 슈에무라 등 수입 화장품 브랜드들은 일부 제품의 면세점 가격을 인하했다.
랑콤의 선크림인 ‘UV 엑스퍼트 SPF50’은 60달러로 기존 가격인 62달러에서 2달러(3.2%) 내렸다. 슈에무라의 인기 제품인 ‘브라이트닝 클렌징 오일(450㎖)’은 82달러에서 79달러로, 비오템 ‘아쿠아수르스 스킨(400㎖)’은 37달러에서 36달러로 가격이 내렸다. 랄프로렌, 조르지오아르마니, 엠포리오아르마니 등 다른 브랜드의 화장품과 향수 제품 일부도 가격을 인하했다. P&G의 일본계 화장품 브랜드 SK-Ⅱ도 면세점 화장품 가격을 평균 약 4∼5% 인하해 눈길을 끌었다.
수입브랜드들의 이 같은 일관성 없는 가격정책은 가방 및 시계 품목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지난 3∼4월 유로화 가치하락이라는 공통된 시장 상황에서 유럽지역 브랜드들은 각기 다른 전략 수립에 나섰다. 샤넬은 클래식, 보이 등 인기제품의 가격을 20%가량 인하했고, 프라다는 사피아노 일부 제품의 가격을 8%가량 인상했다.
스위스 명품 시계 브랜드 롤렉스는 올면세점 판매가격을 최대 5% 일괄 인상했고, 같은 스위스 브랜드 태그호이어는 주요 제품의 국내 판매 가격을 최대 27% 내렸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브랜드들의 경우 경기 불황에 따른 실적 부진과 글로벌 가격 차이를 좁히기 위해 가격을 내렸지만, 여전히 한국에서 베짱 장사하는 브랜드들이 많다”며 “특정 시기가 되면 예외 없이 오르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