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방사능 오염이 의심되는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을 금지한 조치와 관련, 일본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절차에 돌입했다.
2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일본이 한국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 규제 조치를 풀기 위해 WTO 분쟁 해결 절차에 따른 양자협의를 요청했다.
양자협의는 WTO의 소위원회에 무역 분쟁을 회부하기 전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으로, 흔히 WTO ‘제소’라고 부르는 조치의 직전 단계다.
우리 정부는 지난 2013년부터 국민 안전을 위해 원자력발전 사고가 터진 후쿠시마현에 더해 아오모리·이와테·미야기·이바라키·지바·도치기·군마 등 8개 현에서 나오는 모든 수산물에 대한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이 WTO에 이러한 수입금지 규제를 철회해달라고 공식 요청하면서 우리와 일본이 본격적으로 무역 분쟁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커졌다. 세계무역기구의 분쟁해결 절차를 보면, 두 나라 사이에 무역분쟁이 발생할 경우 제소국이 일단 상대국에 양자협의를 요청한 뒤 30일 안에 협상을 개시한다. 협의에서 양자가 합의된 결론을 도출하면 분쟁이 종료되지만, 제소일부터 60일 이내에 합의하지 못하면 제소국인 일본은 패널(재판부) 설치를 요청할 수 있다.
패널 설치 요청이 정식 접수되면 WTO 분쟁해결기구(DSB) 회의에서 패널 설치가 완료된다. 피소국 권한으로 우리나라가 한 차례 패널 설치 거부 의사를 밝힐 수는 있지만 2차 요청 시 자동 설치 규정에 따라 결국 재판부가 만들어지게 된다.
패널 설치가 완료되면 20일 이내 분쟁 당사자들은 패널 위원 선정을 논의해야 한다. 이때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사무총장 직권으로 임명하게 된다. 이후 패널심리, 최종보고서(판결문)이 작성돼 공유되는 최종 절차까지 길게는 수년이 소요될 수 있다.
위안부 문제나 아베 담화 등 아베 총리의 역사인식 문제 등으로 한일 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일본의 수입금지 해제 요구를 들어주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분쟁에 있어 타협의 여지를 찾기 어려운 만큼 해결까지는 험난한 여정이 예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