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알뜰폰 정책이 검토된 시점은 2008년이다. 당시 일부 케이블TV 업체와 망 도대를 희망하는 중소기업들이 미래창조과학부의 전신인 방송통신위원회에 건의하면서부터다. 하지만 알뜰폰 도입의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면서 정책 결정은 미뤄졌다.
차일피일 미루던 알뜰폰 정책은 2011년에 이르러 빛을 보게 됐다. 정부가 경쟁 활성화를 통한 가계통신비 인하를 목적으로 알뜰폰 도입을 전격 결정하면서 첫 씨앗을 뿌렸다. 하지만 초기부터 만만치 않았다.
이미 이동통신 시장이 포화상태로 접어들었고 이동통신3사 간 협조도 쉽지 않았다. 초기 시장안착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일부에서는 알뜰폰 정책의 실패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불안감을 조장했다. 고착화된 이동통신시장의 5:3:2 구조에서 알뜰폰이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들렸다.
이 같은 부정적인 여론에도 불구하고 알뜰폰은 서비스 4년째인 올해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뤄냈다. 알뜰폰 정책 도입까지 미적거렸던 정부가 서비스 출시 이후에 적극적인 태도로 바뀌었다. 정부의 강력한 알뜰폰 육성정책으로 사업자는 27개로 늘었고 소비자의 인식도 크게 전환됐다.
현재 알뜰폰 가입자는 전체 이동통신 시장 가입자(5700만명)의 8.79% 수준인 504만명까지 늘어났다. 이에 따라 알뜰폰 500만 시대의 의미와 함께 앞으로 성장하기 위한 조건을 짚어봤다.
알뜰폰 가입자수가 지난달 21일 기준으로 504만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1년 7월 도입된 알뜰폰 서비스가 시행 4년째인 올해 이동통신시장의 축으로 성장한 것이다. 가입률 110%인 국내 통신시장 구조에서 알뜰폰의 500만 가입자 달성은 기대 이상으로 평가되고 있다. 500만 고지라는 위업을 달성하면서 치열한 국내 이동통신 시장에서 생존의 텃밭을 일구게 됐다. 국내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 수가 5700만명임을 고려할 때 10명 중 1명은 알뜰폰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처음 정부가 알뜰폰 정책을 준비하고 시행할 때 이동통신 시장 안팎에서 보는 시각이 곱지 않았다”며 “일각에서는 알뜰폰 정책이 실패로 돌아갈 수 있다는 식으로 얘기가 돌면서 우려를 낳았다”며 당시 녹록지 않았던 상황을 전했다. 그는 또 “500만명이라는 의미있는 가입자 수치로 최소한의 생존기반을 구축한 것으로 평가된다”며 “앞으로도 가계통신비 인하에 기여할 수 있도록 알뜰폰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알뜰폰이 단기간에 이동통신 시장에서 뿌리를 내린 데에는 정부의 강력한 육성정책이 크게 기여했다. 정부는 단계별로 알뜰폰 촉진정책을 펼치며, 사업자를 적극 지원했다. 소비자의 인식 변화도 알뜰폰 성장의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판매채널이 온라인 중심인 알뜰폰의 인지도는 낮았다. 그렇지만 통신 품질은 떨어지지 않으면서 서비스 만족이 올라갔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퍼졌고 알뜰폰을 찿는 소비자들도 점점 늘어났다.
조규조 미래부 통신정책국 국장은 “통신시장 경쟁 촉진을 통한 요금인하 정책을 추진 중인 정부의 노력을 고려할 때 알뜰폰 가입자 500만 돌파는 중대한 의미가 있다”며 “올해는 알뜰폰이 10%를 넘어서 이동전화 시장의 의미있는 경쟁 주체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여부가 결정되는 중요한 시기인 만큼 정책 지원에 부족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알뜰폰, 이통시장의 축으로 성장 = 역대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는 가계통신비 인하가 단골 메뉴로 포함됐다. 누구나 이용하는 이동통신 서비스는 국민들의 호주머니를 가볍게 만들기 때문이다. 기존 이통사의 영업 행태도 알뜰폰 출현을 부추겼다. 이통사들이 서비스 경쟁보다는 가입자 유치에 천문학적인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소비자 차별 문제가 제기됐다. 이 시점 정부가 고민 끝에 내놓은 카드가 알뜰폰이었다. 경쟁 활성화를 통한 가계통신비 인하가 주목적이었다. 초기 알뜰폰시장은 순탄치 않았다. 정부가 강력한 육성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출시 1년이 지나도 가입자 100만명을 채우지 못했다. 분위기가 살아난 시점은 1년이 넘은 때부터다. 알뜰폰 가입자가 2012년 10월 100만명을 돌파하면서 속도가 붙었다. 주무부처인 미래부가 출범한 이후에는 가입자 유입 속도가 더 빨라졌다. 2013년 8월 200만명을 넘어선 데 이어 2014년 3월에는 300만명까지 가입자가 확대됐다. 지난해 9월에는 불과 6개월 만에 100만명 이상의 가입자를 유치하며 400만명을 넘어서는 진기록을 달성했다. 올 3월 말 기준으로 알뜰폰 가입자 수는 496만6874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시장점유율 8.66% 수준이다. 지난 4월 말에는 가입자 500만명 고지를 찍으면서 알뜰폰 역사를 새로 썼다. 지금 같은 추세라면 연말까지 600만명 달성도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미래부는 더 나아가 알뜰폰 가입자를 최대 800만명까지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전체 이동통신 시장에서 LTE 가입자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 3600만명이다. 이 중 10%인 360만명만 알뜰폰 고객으로 유치해도 알뜰폰 가입자를 800만명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김경만 미래부 통신경쟁정책 과장은 “알뜰폰 500만 시대는 소비자들이 값싼 통신요금으로 이동할 수 있는 통신 축이 구축된 것”이라며 “알뜰폰 사업자들이 이통3사와 경쟁구도에서 요금인하의 트리거(방아쇠) 역할이 가능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강력한 육성정책+소비자 인식전환’ 성공 견인 = 이동통신 시장이 포화 상태에서 알뜰폰 500만명 시대를 견인한 것은 정부의 활성화 정책과 소비자의 인식 전환이 컸다. 초대 미래부 수장을 지냈던 최문기 전 장관 역시 알뜰폰 전도사로 나설 정도였다. 재임 시절에도 한동안 알뜰폰을 사용했다.
최 전 장관은 “알뜰폰은 이통3사 통신망을 빌려 쓰기 때문에 품질도 나쁘지 않고 가격도 싸다”며 알뜰폰 예찬론을 펼치기도 했다. 미래부의 알뜰폰 정책도 최 전 장관 재임시절에 더 속도를 냈다. 알뜰폰 사업자가 이통사에게 지급하는 망 도매 대가를 지속적으로 낮췄다. 망 도매 대가는 2011년 분당 65.92원에서 현재 39.33원까지 내렸고 데이터는 MB당 141.91원에서 9.64원까지 낮췄다.
전파 사용료를 3년간 면제해 알뜰폰 사업자의 부담을 완화했다. 또 알뜰폰이라는 서비스명을 공모, 제정하는 등 적극적인 홍보를 전개하기도 했다. 이후 소비자들의 알뜰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바뀌기 시작했다. 기존의 이통3사의 망으로 빌려쓰기 때문에 품질적으로 차이가 없으면서도 가격은 반값이라는 이미지가 형성됐다.
전국 읍면동까지 자리잡고 있는 우체국을 알뜰폰의 판매망으로 활용했다. ‘싼게 비지떡’이라는 고정관념이 깊게 박혀 있는 소비자들에게 우체국 판매는 신뢰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40대 이상의 장년층에서 가입고객이 몰렸는데 지금은 청년층에서도 가입자가 늘어나고 있다”며 “특히 LTE 요금제를 출시한 뒤 젊은층 고객의 유입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1월부터는 청소년 전용요금제 출시, 반값 무약정 요금제 출시 등에 데이터 상품까지 보강해 30대 이하 점유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일례로 우체국의 알뜰폰 가입자 가운데 30대 이하 젊은층은 15.9%에서 19.6%까지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