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주요 기업의 글로벌 CSR 활동은 국내 기업보다 한 차원 높은 수준이다. 국내 기업들이 주로 전문적인 사업 영역과 연관된 CSR 활동에 머물러 있는 반면 해외 주요 기업은 환경 파괴, 기아, 재난 등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심각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
미국은 CSR 근거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법적 규제나 제도적 장치에 얽매이지 않고, 기업 대부분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미국은 20세기 초반부터 기업의 사회공헌과 관련된 제도적 인프라가 형성된 만큼 그 역사도 깊다. 오랜 역사는 물론 전 세계적인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미국 기업들의 글로벌 CSR 성적은 단연 1등이다.
그중에서도 세계 최대 생활용품 제조업체인 P&G의 2004년 인도네시아 쓰나미 구호 활동이 눈에 띈다. 당시 쓰나미 현장에서 깨끗한 물 확보가 어려워지자 UN 등은 P&G가 개발한 퓨어(물 정화 분말제품)를 요청했다. 이에 P&G는 2주간 기부금을 포함해 약 1500만개의 퓨어를 기부, 총 310만 달러 규모를 지원했다. 이를 통해 P&G는 최고의 인도주의 기업 이미지를 얻었고 300만개에 불과하던 연간 퓨어 판매량도 5700만개 이상 급증했다.
독일은 CSR가 국가 차원에서 시작돼 지금까지 발전한 케이스다. 미국의 CSR가 기업에 대한 긍정적 인지도를 높여 장기적으로 매출 증대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라면 독일의 CSR는 복지 국가의 재활성화, 세계화에 대한 적응에 도움을 주는 하나의 수단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즉 CSR를 기업 내부 이해 관계자와의 문제에만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독일 사회 전반, 나아가 전 세계의 문제로 인식하는 것이다.
아스피린으로 유명한 제약업체 바이엘은 이 같은 독일의 CSR 개념을 실천한 대표적인 기업이다. 바이엘은 염산 성분에서 염소를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 전력소비와 이산화탄소 방출을 30% 절감하는 성과를 거뒀다. 1990년부터 2007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37% 이상 감축한 데 이어 2013년까지 5년 전보다 생산공정 에너지효율을 10% 높였다.
기업 이윤의 사회환원이라는 윤리적 측면을 강조하는 일본은 2011년 동일본에서 발생한 대지진 이후로 CSR에 대한 의식 수준이 높아지고 투자가 많아졌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일본 1개 기업이 2011년 사회공헌 활동으로 지출한 평균 금액은 전년 대비 42.5% 증가한 6억1700만엔이다.
일본 의류기업 유니클로는 전 상품의 ‘리사이클’ 활동을 실천하고 있다. 사용한 제품을 재사용, 재활용해 옷을 폐기하는 과정에서 유발되는 환경오염을 줄이고, 옷이 필요한 불우한 이웃들에게 도움을 주는 일석이조 개념의 CSR 활동이다. 2013년 1월 기준 전 세계 25개국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며, 유니클로는 총 2053만여벌의 옷을 회수, 이 중 650만여벌을 기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