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엔 대용량 제품, 대형마트엔 맛집… 불황이 유통가 풍경 바꿨다

입력 2015-04-07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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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용량 늘린 화장품 1~3월 매출 8.2% 늘어

▲소비심리 악화와 규제로 역신장을 거듭하고 있는 대형마트가 집객효과를 높이기 위해 유명맛집 유치와 전문식당 론칭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이마트 계열사 신세계푸드의 한식뷔페 전문식당인 올반.

매출 정체에 시달리고 있는 유통업체들이 자구책 마련에 분주하다. 백화점에서는 가격을 내리고 용량을 늘린 화장품 등을 판매하는가 하면, 대형마트는 지역 유명 맛집을 유치해 소비자들의 발걸음을 유도하고 있다. 업태 성격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이지만, 매출 확대를 위한 업체들 간 경쟁은 눈물겨울 정도로 치열하다.

백화점의 불황형 마케팅은 이미 2~3년 전부터 시작됐다. 국내 백화점 매출은 지난해 10년 만에 처음으로 역신장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지난 3월 매출 성장률이 -1%로 역신장을 기록했다.

화장품 소비 트렌드만 봐도 지독한 불황이 백화점을 어떻게 바꿨는지 알 수 있다. 일례로 올해 일반 잡화 부문의 판매가 맥을 못추는 반면, 가격을 내리고 용량을 늘린 대용량 화장품은 불티나게 팔렸다.

6일 신세계백화점이 올해(1~3월) 화장품이 속해 있는 잡화 매출을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잡화 장르 전체 실적은 1.8%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화장품 장르는 전년 대비 8.2%의 매출 신장을 보였다. 그중에서도 대용량 화장품이 눈에 띈다.

대용량 화장품은 기존에 판매하는 화장품보다 용량은 두 배가량 늘렸지만, 같은 제품을 두개 사는 것보다 평균 17%에서 최대 40%까지 저렴하다. 대용량 화장품은 2010년대 경기침체와 맞물려 주목받기 시작한 대표적인 ‘불황 마케팅 상품’이다. 실제로 백화점의 매출이 주춤하기 시작한 2012년부터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태희 신세계 화장품 바이어는 “기본 용량보다 저렴한 대용량을 구매해 가족끼리 나눠쓰거나 작은 용기에 덜어 오랜 기간 사용할 수 있는 대용량 화장품을 찾는 알뜰족이 급증했다”며 “화장품 매출의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3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에 신음하는 대형마트는 때 아닌 맛집경쟁에 나섰다. 최저가를 내세우며 가격 전쟁을 벌이기도 하지만, 이번에는 집객효과를 높이기 위해 백화점에서 구사하던 유명 식당 유치 전략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

롯데마트가 운영하는 창고형 할인점 ‘롯데 빅마켓’은 맛집에 대한 높은 고객 수요를 반영, 오는 9일부터 킨텍스점에서 유명 지역 맛집으로 구성된 프리미엄 푸드코트인 ‘식객촌(食客村)’을 운영한다.

이는 최근 수도권 점포를 중심으로 진행한 지역 유명 맛집 행사에서 조리식품 매출이 전년 대비 최대 3배(246%) 이상 증가한 결과를 즉시 반영한 것이다. 앞서 롯데마트는 ‘신갈점’, ‘광복점’, ‘거제점’에 시중 레스토랑 및 브런치 카페 등과 유사한 인테리어의 ‘프리미엄 푸드코트’를 출범시켰다.

최근 한식뷔페 열풍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이마트도 계열사 신세계푸드가 운영하는 한식전문식당 ‘올반’을 이마트와 창고형 할인점인 이마트 트레이더스에 개장할 예정이다. 홈플러스도 서울 월드컵점, 경기 북수원점 등 수도권 점포를 중심으로 ‘월드 델리’ 코너를 마련하고 전 세계 요리를 판매하고 있다.

정선용 롯데마트 HMR(가정대체식)부문장은 “차별화된 먹거리에 대한 고객들의 높은 관심을 반영, 대형마트 최초로 맛집 전문 푸드코트를 구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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