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사람들은 대개 남성이다. 흐름을 읽고 조언과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도 남성 경제학자들이 많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반짝이는 여성 경제학자들이 있다. 묻혀진 느낌마저 주는 이들을 대거 발탁, 중용한 이는 다름 아닌 버락 오바마 대통령.
크리스티나 로머(Christina Romer, 57)가 대표적이다. 오바마 1기 행정부 경제자문회의(Council of Economic Advisers:CEA) 의장을 지냈다. 로머는 지난 2009년 1월부터 약 9개월간 경기 부양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는데 힘썼다. 오바마 대통령이 로머를 자문관으로 지명할 당시 “대공황 극복과 이후의 경기 팽창에 대한 연구로 권위가 높다”고 소개했다. 금융위기가 실물경제까지 덮친 상황에서 해법을 찾는데 적임자라 여긴 것이다.
로머는 매사추세츠공과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뉴욕증권시장의 주가 대폭락과 대공황 발생’(1990)‘무엇이 대공황을 끝나게 했나’(1992) 등 논문을 썼다. 조세 정책에 대한 연구도 부지런히 해 증세보다는 감세를 통한 경기부양이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으며 이와 함께 재정투입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그대로 오바마 행정부의 부양책들로 이어졌고 나락으로 떨어질 위기의 미국 경제는 다시 살아날 수 있었다. 1기 경제팀이 임무를 다하고 자리를 떠나면서 로머도 캘리포니아대학 교수 자리로 돌아갔다.
로라 타이슨(Laura Tyson, 68)은 빌 클린턴 행정부 당시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1993년~1995년)을 역임한 경제학자다. 현재 UC 버클리 경영대학원 교수로 있다. 무명의 경제학자였던 타이슨은 클린턴과 인연을 맺게 되면서 ‘여성 최초’경제자문관으로 백악관에 입성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타이슨은 무역협상과 대외경쟁력 확보 등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정책을 실현하는데 힘을 썼다. 그는 저서 ‘누가 누구를 후려치는가’에서 미 경기 침체의 요인은 불공정 무역에 있다고 지적하고 무역정책의 전략을 과감히 수정해 수출을 증대시켜야한다고 주장했으며, 이는 클린턴의 무역정책을 수립하는데 근간이 됐다. 타이슨은 이후 투자은행 모건 스탠리 이사로 자리를 옮겼으며 로머와 함께 오바마 행정부 1기 경제회복자문위원회 위원도 지냈다. 그는 현재 뉴욕타임스(NYT)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기고하는 등 활발히 활동 중이다.
최근 전 세계가 주목하는 여성 경제학자는 단연 재닛 옐런(Janet Yellen, 69)일 것이다. 옐런은 지난 2013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이하 연준) 의장에 올랐다. 연준 100년 역사상 최초의 여성 총재다.
1971년 예일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하버드대학과 캘리포니아 대학 경영대학원 교수를 역임했고 클린턴 행정부 시절 대통령 경제자문위원장도 맡아 학계와 관계에서 잔뼈가 굵었다. 이후 연준에 몸담으며 부의장을 거쳐 최고 수장의 자리까지 올랐다.
옐런은 정부가 시장에 직접 개입해 돈을 푸는 방식으로 경제 위기를 타파해 나가야한다는 입장이다. 양적완화 정책과 제로금리 정책을 지지하고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