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적인 배송 서비스로 세계 1위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도 두렵지 않다고 자신한 소셜커머스 업체 쿠팡이 국내법에 막혀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3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쿠팡의 직접배송 서비스(로켓배송)에 대한 법률검토 결과, 택배사업자 허가 없이 자가용으로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위법소지가 높다는 결론을 내리고 쿠팡에 시정권고했다. 배송비가 무료라는 쿠팡의 주장에 대해서는 상품에 배송비가 포함돼 있을 뿐만 아니라, 9800원 이하의 상품에 대해서는 배송비를 부과하는 만큼 사실상 택배사업을 영위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현재 쿠팡 측은 국토부의 방침을 적극 따르겠다는 입장이지만 유권해석도, 재판결과도 아니므로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함께 내세우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정부 관계자는 “법률자문에 따른 결론은 실국장 승인이 있어야 낼 수 있고, 이는 곧 부처 방침”이라며 “특별한 상황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유권해석 결과도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쿠팡의 로켓배송에 이의를 제기한 한국물류협회는 법률 검토 결과가 협회 측에 유리하게 나오자, 지난 26일 관련 사안에 대한 유권해석을 공식 접수했다.
쿠팡은 로켓배송에 1500억원을 투입해 1000여대의 배송 차량을 확보하고 있고, 1500억~2000억원을 추가로 투자해 배송 시스템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쿠팡 로켓배송, 제2의 우버택시로 전락하나 = 현재 쿠팡이 봉착한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자칫 자가용으로 택시영업을 하다가 결국 한국에서 쫓겨난 미국의 ‘우버택시’와 비슷한 상황이 일어날 수 있어서다.
일단 물류협회는 정부의 유권해석이 나오면, 이를 근거로 쿠팡의 배송차량에 대해 각 지역 관할 구청에 지속적으로 고발한다는 방침이다.
구청은 유권해석을 바탕으로 쿠팡 배송차량에 대해 벌금 부과나 사업자 등록 취소처분까지 내릴 가능성도 있다.
실제 서울시와 경기도는 2011년 조례를 마련, 무허가 차량이 배송을 하다가 적발될 시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는 이른바 ‘택배 카파라치 제도’를 시행할 예정이다. 또 16개 시·도가 국토해양부 법령에 따라 신고포상제 조례를 검토 중이거나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로켓배송이 우버택시와 비슷한 길을 걸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국토부는 자가용으로 택시영업을 한 우버에 대해 위법 방침을 내세웠고, 각 관할 지자체는 이를 바탕으로 우버택시 영업기사에 벌금을 부과했다. 우버는 본사에서 벌금을 대납해주면서 영업을 지속했지만 끝내 퇴출됐다.
◇진퇴양난에 빠진 쿠팡, 선택지는? = 쿠팡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2가지다. 먼저 화물차 증차를 막은 법을 개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국토부는 사실상 불가능 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법률검토 결과는 지난 2001년 헌법재판소가 백화점 무료셔틀버스 운영을 막아선 것과 거의 비슷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백과점들은 무료라고 주장하며 고객을 위한 셔틀버스를 운영했다. 하지만 정부는 2001년 중소유통업체와 대중교통업자들의 반발에 따라 셔틀버스 운행금지를 담은 개정안을 마련했다. 이에 백화점 업체들이 위헌소송을 냈지만, 당시 헌재는 상품가격에 셔틀버스 운행에 들어가는 비용이 포함 돼 있고, 이에 따라 대중교통업자들의 사업적 타격이 있다고 판단해 합헌 결정했다. 즉 법안 개정도, 소송도 쿠팡이 크게 불리하다는 의미다.
나머지 방법은 일단 쿠팡이 택배사업자 허가를 받은 뒤 조금씩 증차하는 방법이다. 택배사업자 위치를 획득하려면 100대 이상의 영업용 차량을 영입하거나 택배회사를 인수하면 된다.
하지만 영업용 차량의 경우 한 대당 1500만원의 프리미엄이 붙어 비용이 높고, 영업용 차량이 크게 부족한 현재 인수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다.
이렇게 택배사업자 허가를 받는다고 해도 문제는 현재 운영중인 1000여대의 차량을 당장 증차할 수도 없는 점이다. 이 역시 정부의 허가가 필요한데, 정부는 현재까지 단 두 차례 증차를 허용했다. 결국 당분간 1000여대의 차량을 여전히 불법인 채로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그래도 적자인데… 경영 리스크 심화 = 쿠팡의 적자는 더욱 확대 전망이다. 쿠팡은 업계 1위 수준의 매출액에도 로켓배송에 투자하느라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쿠팡에 따르면 2013년 기준으로 1463억원 매출에 42억원의 적자를 냈다.
김범석 쿠팡 대표는 지난 17일 기자회견에서 “2013년 쿠팡맨 등 인건비 부담 등으로 1463억 매출에 42억원의 적자를 냈고, 중장기 관점의 물류센터 투자 등으로 당분간 적자 폭이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택배회사 인수비용, 불법 영업에 따른 벌금 등 합법적인 지위를 얻기까지 들어가는 비용까지 합하면 쿠팡의 적자는 장기화할 것으로 분석된다.
◇물동량 느는데… 정부 증차 허용해야 = 택배용 차량을 늘려야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온라인 쇼핑몰, 홈쇼핑 등을 통한 소비가 급증하며 물동량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늘었지만, 증차가 막혀있어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규제 기요틴(단두대)’이라는 말까지 만들어가며 규제개혁을 외치고 있지만 오히려 규제가 더 늘었다”면서 “물류 관련 규제를 단두대에 올리지 않으면 우리나라에서 제 2의 아마존은 탄생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