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생긴 대로 비치는 거울처럼 맑고 고요한 물이 명경지수(明鏡止水)다. ‘장자(莊子)’ 덕충부편(德充符篇)에 이런 말이 있다. 죄를 지어 다리를 잘린 왕태(王?)라는 인물의 제자가 공자의 제자 수와 맞먹었다. 인기가 높은 이유를 제자들이 묻자 공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사람은 흘러가는 물에는 비춰 볼 수 없고 고요한 물에 비춰 보아야 한다. 오직 고요한 것만이 고요하기를 바라는 모든 것을 고요하게 할 수 있다.”[人莫鑑於流水 而鑑於止水 唯止能止衆止]
이런 이야기도 있다. 형벌을 받아 발 하나가 없는 신도가(申徒嘉)를 정나라의 재상 정자산(鄭子産)이 놀렸다. 둘은 한 스승 밑에서 동문수학한 사이다. 신도가는 “거울은 맑으면 먼지가 끼지 못하고 먼지가 끼면 맑지 못하네. 어진 사람과 오래 함께 있으면 허물이 없어진다고 하지.”[鑑明則塵垢不止 止則不明也 久與賢人處 則無過] 그러면서 “잘못을 변명하는 사람은 많지만 잘못을 인정하고 벌 받는 걸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적네”라며 재상임을 내세우는 그와 자신을 비교해 꾸짖었다.
자산은 공자가 “몸가짐이 공손하고 윗사람을 공경스럽게 섬기며 백성을 기름이 은혜로웠고 백성을 부림이 의로웠다”며 네 가지 덕을 지녔다고 평한 인물(논어 ‘공야장(公冶長)’)이다. 그런 자산도 친구에게 한방 먹은 것이다.
조선시대의 상소에는 명경지수가 자주 나온다. 영조 1년(1725년) 6월 봉상시정(奉常寺正) 신세웅(申世雄)은 “전하께서 함양하는 공부에 깊이 유념하시어 명경지수처럼 맑아서 가슴속에 터럭만큼도 막힌 게 없고 한 점의 흠이나 누도 없게 한다면 탕평(蕩平)의 도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가곡 ‘금강에 살어리랏다’(이은상 작사 홍난파 작곡)의 2절은 ‘생전에 더럽힌 마음 명경같이 하고자’라고 끝난다. 바로 명경지수의 명경이다. fusedtr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