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맹하경 씨는 시어머니를 모시고 스마트폰을 구입하러 갔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시어머니는 3만원대 요금제를 쓰고 있었지만, 대리점 직원이 두배가 넘는 6만원대 요금제 가입을 권했기 때문이다. 비싼 요금제를 쓰면 공시보조금과 유통점 자체 지원금을 더 많이 주기 때문에 기기 할부금과 합해서 매달 빠져나가는 돈은 4000~6000원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6개월만 지나면 낮은 요금제로 이동해도 위약금이 없으니 그 때 낮은 요금제로 갈아타라고 설명했다. 맹 씨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고 시어머니를 말렸지만, 시어머니는 매달 4000원을 더 내는 게 이득이다 싶었는지 결국 6만원대 요금제에 가입했다.
이동통신사들이 고객의 편의를 위해 시행하는 위약금면제제도를 고가요금제 가입을 유도하는 데 악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각각 ‘프리미엄패스1’과 ‘식스플랜’이라는 이름으로 고가요금제를 6개월 동안 유지하면 이후에는 더 낮은 요금제로 바꿔도 기기할인에 대한 위약금을 물지 않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일선 대리점에서는 이 제도로 고가요금제 가입을 유도하고 있다.
프리미엄패스1은 69요금제(6만9000원) 이상을 6개월 이상 유지할 경우 더 낮은 요금제로 이동해도 위약금이 발생하지 않는다. 식스플랜은 동일 요금제를 6개월 이상 유지하면 더 낮은 요금제로 이동해도 위약금이 면제되는데, 공시보조금을 더 많이 받기 위해서는 6만원대 요금제 이상을 써야하므로, 프리미엄패스1과 사실상 다를 바 없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대리점들은 이 같은 위약금 면제제도의 이점을 고가요금제 가입을 유도하는 데 썼다. 고가요금제에 우선 가입해 공시지원금을 더 많이 받은 뒤, 6개월뒤에 낮은 요금제로 바꾸라는 것이다.
통신사들의 이 같은 꼼수는 최근 고가요금제 가입자가 크게 줄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15일 미래창조과학부가 낸 자료를 보면, 지난달 기준 이동통신서비스 가입요금은 평균 3만7007원이었다. 단통법 시행 전인 7~9월 평균 요금인 4만5155원과 비교해 18.0% 내려간 수치다.
특히 지난달에는 10명중 9명이 5만원 이하의 중저가 요금제에 가입했는데, 이 같은 현상은 이통시장에서 처음있는 일이라 사측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높은 요금제 가입을 유도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KT는 처음부터 약정가입을 아예 없앤 ‘순액요금제’를 시행해 이 같은 문제를 미연에 방지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배가 충분히 부른 상태인데도 공기밥을 할인해 줄테니 한 그릇 더 먹으라고 강요하는 것과 같다”면서 “최근 고가요금제 가입자가 줄어들자 이 같은 꼼수를 부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