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는 타사 가격정보를 캐기 위해 가동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 13일 부터 판매될 경쟁사의 할인 정보가 담긴 광고 전단지를 입수하기 위해 신문사 문을 두드렸고, 평소 친분이 있는 인쇄소 직원들에게도 밤새 전화를 돌렸다.
시간에 쫒겨 스티커 작업도 불가능한 점포에서는 홍보 전단은 포기한 채 매장에 비치된 POP(Point Of Purchase) 가격표 수정에 매달렸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매장별로 POP작업 담당 직원들이 수시로 가격표를 수정하기 위해 한시도 자리를 뜨지 못했다”며 “본사에서도 실시간으로 가격표 수정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상황은 12일 오후에도 이어졌다. 이마트가 한우 1등급 등심(100g)을 홈플러스의 4320원보다 낮은 4300원에 판매하자, 홈플러스도 4290원으로 다시 가격을 내렸고, 청포도 가격도 이마트가 100g에 573.5원에 팔기 시작하자 홈플러스는 100g당 546원으로 추가 인하했다.
흡사 첩보전을 방불케했다. 시시각각 변하는 가격을 파악하기 위해 홈플러스 직원들은 경쟁사 매장에 나가 상주하며 가격 정보를 스마트폰으로 찍어 본사에 실시간으로 전송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역시 마찬가지다. 결과적으로 이날 하루에만 가격표가 두번이나 바뀔 정도로 10원 단위의 가격전쟁은 이어졌다.
각 사 대형마트 POP에는 경쟁사를 의식한 원색적인 문구가 난무했다. 이마트 구로점에서는 ‘홈플러스 전단 가격보다 싸게 드립니다’라며 딸기 가격을 100g 단위로 환산해 비교했다. 홈플러스도 실시간 가격 인하를 알리기 위해 기존 가격 위에 두 줄을 긋고 새로 책정된 가격이 적힌 POP를 계속 갈아끼웠다.
업체 간 설전(舌戰)도 이어졌다. 홈플러스가 “500여개 제품의 목록과 인하폭을 공개하지 않은 건 다른 업체들이 덩달아 인하에 나서면 협력업체들의 피해가 우려됐기 때문”이라고 하자, 경쟁사들은 “예년의 창립행사 수준의 할인행사”라며 “제품에 따라 우리가 더 싸다”면서 평가절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