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피습사건을 '테러행위'로 규정하면서 수사범위가 피의자 김기종 씨를 벗어나 소속 단체까지 확대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피습사건을 공안1부(부장검사 백재명)에 배당해 수사를 지휘하고 있다고 5일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대공·테러 등 안보분야와 공직선거 관련 사건을 담당하고 있다.
피의자 김기종 씨의 행위를 테러로 볼 여지가 있고,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일반 형사부서가 아닌 공안부서에 사건을 전담하도록 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은 김씨에 대해 대공 용의점이 있는 지 들여다볼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8차례나 방북한 이력이 있고, 김씨가 범행을 저지르며 주장한 '한미연합훈련 반대'는 최근 북한이 대남 메시지로 강조하고 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김씨의 행위를 테러행위로 볼 것인지, 개인의 일탈로 볼 것인지는 김씨 개인에 적용되는 혐의점에서는 차이가 없다. 김씨가 리퍼트 대사에 대해 상해를 입힌 행위는 테러행위냐에 관계없이 특별법상 가중처벌되는 흉기소지 상해죄나 살인미수죄가 적용될 수 있을 뿐이라는 게 법조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하지만 테러행위로 규정해 수사를 진행할 경우 김씨 개인이 아니라 김씨와 관련된 단체들에 대한 수사가 용이해진다. 법무부는 2009년 테러범죄 수사를 위해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마련한 바 있다. 이 안대로 개정이 이뤄져 현재 이 법에는 기존의 범죄수익에 개념에 '공중 등 협박목적을 위한 자금조달행위에 관계된 자금 또는 자산'이 추가됐다.
이 법에 의해 테러자금에 이용된다는 것을 알면서 자금이나 재산을 모집·제공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몰수·추징이 가능하다. 또 테러 자금이나 자산을 숨기거나 적법한 것처럼 가장했을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검찰로서는 이번 사건을 테러로 규정하면 김씨에 대한 수사 외에 관련 단체인 '서울시민문화단체연석회의' 등도 수사할 명분이 생기는 셈이다.
한편에서는 검찰의 공안수사 확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법무법인 양재의 김용민 변호사는 "이번 사건을 철저히 조사할 필요는 있지만, 대공혐의점을 가지고 범위를 확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피의자 김씨를 초청한 곳이 민화협인데, 예전에 일본대사 공격 전력 등 문제가 있는 사람을 초청했다면 주최측 과실이 크다고 볼 수 있다"며 "이러한 점을 간과한 채 특별한 관계가 없는 김씨의 소속 단체 대공혐의점을 우선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