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가 팍팍, 기가 산다! 기가 팍팍, 기가 기가!”
건장한 남성 10명이 TV를 뚫고 나올 기세로 이 슬로건을 외친다. 특히 뉴질랜드 원주민 마오리족의 전통춤 ‘하카’(HAKA)를 응용한 동작은 강렬함을 더한다. 광고 모델로 등장하는 구리빛 피부와 탄탄한 근육으로 무장한 마오리족 용사들은 하카를 재미있게 응용해 ‘반전 매력’을 선사,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KT가 지난해 10월초부터 야심차게 온에어한 이 광고는 KT 기가인터넷의 ‘GIGA’를 ‘기(氣)가’로 풀어, 세월호 참사 등으로 활력을 잃은 국민에게 힘을 줌과 동시에 기가인터넷의 강력한 속도를 강조했다. 따라하기 쉽고 웃음을 유발하는 포인트가 많아 ‘기가 인터넷하면 KT’라는 인식을 제대로 심어줬다는 언론의 호평이 이어지기도 했다.
KT 역시 이 광고에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심지어 지난해 12월 송년회 자리에 참석한 50여 명의 기자를 모두 일으켜 세워놓고 이 동작을 따라하게 했을 정도로 ‘팍팍’ 밀었다.
그런데 광고의 핵심인 마오리족 모델이 돌연 사라졌다. 뉴질랜드 대사관에서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자국의 신성한 전통 문화를 사기업이 희화해 광고로 쓰는 것은 안 된다는 것이다.
하카는 마오리족 용사들이 전쟁에 나가기 전 용기를 북돋우고 승리를 기원하기 위한 춤으로, 우리나라의 아리랑만큼 신성시 된다. 뉴질랜드 럭비대표팀(All Blacks)이 경기 전에 이 춤을 추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동영상을 찾아서 직접 보면 언뜻 무섭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색을 하고 춤을 춘다.
이에 패트릭 존 라타(Patrick John Rata) 주한뉴질랜드 대사는 광고가 온에어된지 한 달 여 만인 지난해 11월 초 KT를 직접 방문해 이 광고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라타 대사를 직접 만난 광고국 관계자에 따르면 라타 대사는 마오리족과 하카에 대한 설명을 상세히 한 뒤, KT 기가인터넷 광고가 하카와 마오리족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을 에둘러 말했다. 그리고 이 광고 이외에 하카가 필요하다면 뉴질랜드 대사관에서 전문가 섭외 등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기로 약속했다.
결국 12월말께 KT 기가인터넷 광고에는 마오리족 모델들이 빠졌다. KT 관계자는 “뉴질랜드 대사가 광고 중단을 요청을 한 바는 없으며, 오히려 광고 이외의 분야에서 하카와 마오리족을 활용할 일이 있다면 지원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모델 교체 이유에 대해서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활동하는 프로 댄서라 한국 체류시간이 짧아 계약을 연장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현재 KT 기가인터넷 광고에는 ‘파이터’ 서두원 선수와 배우 장미희가 모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