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28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기자들과 만나 “올해 안에 건강보험료 개선안을 만들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 장관은 “(건보료 부과 방식 개편이) 상당히 민감한 문제라 추가 부담이 있는 근로소득자 등은 불만이 클 수 있다”며 개편 중단에 대해 설명했다.
문 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박근혜 정부가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로 꼽았던 건보료 부과체계 개혁을 사실상 포기하겠다는 셈이다.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를 감안하면 올해 안에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에 대해 결정을 지어야 한다는 시각이 많았다.
정부가 3년간 논의해 온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안은 소득이 적은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은 덜어주고 고소득 직장가입자와 소득이 있는 피부양자에게 건보료 더 많이 부과하는 것이 골자다.
무리없이 개편안에 대해 논의를 해오던 복지부가 27일부터 태도가 변하기 시작했다. 이날 문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부과체계를 개편하려면 청와대나 국회를 설득하며 가야 하는데, (증세 논란 등으로) 지금처럼 사회 분위기가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청와대 등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며 관련 보도 연기를 요청했다.
하지만 앞서 복지부가 수차례 개편안을 연기해 왔던 터라 이같은 요청을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예정대로 개편안과 관련한 기사는 보도가 될 예정이었다.
상황이 어려워지자 문 장관은 하루 뒤인 28일 사실상 ‘건보료 개편 포기’를 선언했다. 이후 복지부 안팎에서는 최근 서민 증세 논란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정부가 이를 핑계로 형평성의 어긋난 제도 개편을 외면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대통령의 지지율을 의식해 복지부에게 압력을 넣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이에 청와대는 “전적으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판단한 것”이라며 선긋기에 나섰다.
이같은 정부의 말 바꾸기로 정부는 정권의 부담을 덜고자 국민의 이익을 외면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29일 정책조정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주요 공약이 안 지켜진 것인 한 두 번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국민의 실망이 정말 큰 것 같다”며 정부의 공개사과를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