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극심한 공포에 울음마저 잃어버린 듯한 아이의 모습에 가슴이 저립니다. 폭행 당한 아이의 부모만큼은 아니겠지만, 어린이집 폐쇄회로(CC)TV를 본 우리나라 모든 부모는 가슴이 미어집니다.
사건이 있었던 후 해당 어린이집 원장의 대처는 더욱 기가 찹니다. 어린이집을 정상운영하니 아이를 계속 보내달라는 문자메시지를 부모들에게 보냈습니다. 중차대한 사건이 발생했는데도 돈벌이가 먼저였던 것입니다. 어른들의 이기심은 아이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습니다.
그런데 최근 금속노조 삼성테크윈 지회의 시위를 지켜보면서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21일 오전 11시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노조원 270여명이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첫 상경집회를 열었습니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11월 삼성테크윈 등 4개사를 한화그룹에 매각하는 2조원 규모의 초대형 빅딜을 진행했습니다. 이후 삼성테크윈 등 4개사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노동조합을 결성하기도 했습니다.
이날 이들은 서초사옥 앞에서 한화로의 매각 방침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며 생존권을 외쳤습니다. 삼성그룹의 매각 결정을 비난하는 각종 현수막과 피켓도 동원했습니다. 30년을 넘게 몸 바친 회사가 하루아침에 다른 곳으로 넘어간다니, 상실감이 클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동정심은 곧 사그러들었습니다. 삼성테크윈 노조 등은 이날 시위 현장에 ‘X빠지게 일했는데 이게 뭐야 XX’이라고 쓴 욕설 등을 현수막으로 내걸었습니다. 더욱 기막힐 노릇은 약 20m 도로를 사이에 두고 맞은편에 4~5살 어린이 수십명이 지켜보고 있었던 것입니다. 보육교사가 양팔을 힘껏 벌려 아이들의 시선을 막아보려 애를 쓰지만 시위대의 고함까지 막기엔 역부족인 듯 보였습니다. 당황한 보육교사는 줄지어 있는 어린이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큰 소리로 부르며 관심을 돌려봅니다.
삼성전자 딜라이트 등 서초사옥 주변은 많은 어린이들이 지나다니는 곳입니다. 더구나 삼성전자 본사 1층과 삼성생명 본사 3층에는 어린이집이 있습니다. 삼성테크윈 노조는 지난 14일 첫 집회 때에도 욕설 현수막을 들고 거리행진을 벌였습니다. 현수막에 적힌 글씨를 선창, 후창하며 구호처럼 외치기도 했습니다. “아이들도 있는데 저건 너무 지나치네”라며 한숨지었던 시민들도 여럿이었습니다.
대화 창구가 없는 것도 아니지만, ‘오죽 답답했으면 생산현장에 있어야 할 근로자들이 거리로 나왔을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어른들의 행위로 동심이 다친다면 어느 누구도 절대 이해할 수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