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핵심중 핵심 부서장인 조사국장 자리에 김현정(50) 경제연구원 부원장이 유력히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순혈주의가 강한 한은에 최초로 계약직 출신 국장이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8일 한은에 따르면 지난 7일 2차 조직개편을 마무리하고 오는 28일 정기인사를 단행한다. 통상 새 총재가 온 후 첫 상반기 인사가 가장 큰폭으로 이뤄진다. 이에 따라 작년 4월 취임한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번 인사에서 자신의 색깔을 본격 드러내며 이주열호를 최종 정비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큰 화두는 김 부원장의 조사국장 발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역대 한은 본부 국·실장(1~2급)은 모두 정기공채 출신이기 때문이다. 하물며 성장률 전망 등 한은의 경제시계를 총괄하는 조사국장 자리이다. 신운 현 조사국장은 2012년 2월 임명된 후 3년이 지나 사실상 교체되는 것이 확정됐다. 김중수 전임 총재가 젊은 신 국장(1989년 입행)을 발탁해 현 공채 출신 중에서는 조사국장으로 올릴 만한 인물이 없다는 고민도 작용했다.
김 부원장은 서울대에서 경제학 학사와 석사,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2001년 정기공채가 아닌 계약직인 조사연구 전문인력으로 한은에 입행했다. 이후 1년간 정책기획국(현 통화정책국)에서 근무한 것을 제외하고 줄곳 경제연구원에 근무했으며 국내외 다수의 우수 논문을 발표했다. 특히 한은 총재 후보로 거론되기도했던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수석이코노미스트 등과 함께 2013년 3월 발표한 ‘통화유통량과 중앙은행의 금융안정책무’ 논문은 같은 달 열린 연방준비제도(FED) 회의에서 벤 버냉키 전 의장이 인용할 만큼 탁월했다.
김 부원장은 한은서 고속승진을 해왔다. 2012년에 3급에서 2급으로 5년 만에 승진했다. 통상 3급에서 2급으로 오르는 데는 평균 9년이 소요된다. 또 작년 1월에는 계약직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부서장급인 경제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부원장은 또 최초의 여성 조사국장이자, 국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장급(국·부·실장) 중 역대 여성 출신으로는 과거 금융시장부장을 맡은 서영경 부총재보와 전태영 현 국고증권실장 단 두명만이 있 정식 국장 타이틀을 단 여성은 김 부원장이 첫 사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최초의 여성 한은 임원이라는 기록을 세운 서 부총재보는 김 실장의 서울대 경제학과 1년 선배이며 조사국을 맡고 있어 이 둘의 특별한 인연도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