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ICT 거함들의 국내 침공이 거세다. 중국이 무서운 이유는 저가 전략뿐만 아니라 이제는 기술적으로도 중무장하며 우리나라와의 기술 격차를 빠르게 줄여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스마트폰은 물론이고, 전자상거래, UHD TV에 이어 콘텐츠 분야까지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1월 한중 FTA 체결 이후 중국 ICT가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초거대 내수시장서 힘 키우는 중국 ICT = 중국은 막강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IDC는 2013년 중국 ICT 시장 규모가 3646억 달러(약 400조원)에서 2015년에는 약 14% 성장한 4731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의 IT 기술력은 급성장하고 있다. 2006년 IT특화지수는 0.02였으나 2013년 0.12로 급등했다. 이 기간 우리나라는 0.24에서 0.30으로 뛰었다. 카피캣에서 실질적인 ICT 강국의 면모를 갖춰나가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3분 1을 점유하고 있는 내수시장은 중국 스마트폰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되고 있다. 지난해 중국 스마트폰 시장은 865억 달러 규모로 성장하며 620억 달러에 머문 미국을 압도했다는 분석도 있다.
그 사이 삼성 스마트폰 세계시장 점유율은 크게 주저앉았다. 가트너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에서 삼성전자가 24.4%로 1위를 기록했지만, 전년 동기 대비 8%p나 감소했다. 중국 시장에서는 샤오미가 시장점유율 15.4%를 기록해 13.5%에 그친 삼성전자를 밀어냈다.
중국 정부가 ICT를 미래 산업의 중심으로 인식하고 물심양면으로 육성한 덕분이다. ICT에 대한 수입 의존도를 낮춤과 동시에, 공격적인 전략으로 이머징 마켓을 집중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중국은 ICT 분야에서 더욱 큰 영향력을 미칠 전망이다. 지난해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사무총장 선거에서 중국의 ‘자오허우린(趙厚麟)’이 당선됐다는 점이 특히 그렇다. 이는 서구지역이 장악하던 ITU 정책 결정이 중국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분석을 낳고 있다.
◇BAT맨의 국내 침투 본격화 =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은 2013년 한국과 중국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0.8년, IT융합 분야는 1년으로 격차가 좁혀졌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낸 바 있다. 특히 BAT라 불리는 알리바바와 바이두, 텐센트를 필두로 한 인터넷 서비스 업계는 사실상 한국을 뛰어넘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경제경영연구소 역시 ‘2015년 ICT 10대 주목 이슈 보고서’를 통해 BAT의 국내 진출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이들은 국내 기업과 제휴하며 국내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는 자국 소비자들이 한류 열풍을 타고 우리나라 제품 구입과 콘텐츠 소비를 늘리고 있어서다.
텐센트는 CJ게임스, 조이시티 등 토종 게임사에 투자하며 경쟁력 강화를 도모하고 있다.
바이두는 JYP, SM엔터테인먼트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러브콜을 보내며 K팝 한류에 편승하기 위해 부던히 노력 중이다.
금융계의 신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핀테크 분야에 대한 진출 속도도 가팔라지고 있다. 텐센트의 결제서비스인 ‘텐페이’는 국내 전자결제대행사(PG사) 다날과 제휴했다. 알리바바는 KG 이니시스, 카페24와 손잡은 데 이어, 국내시장 확대를 위해 한국지사까지 설립했다.
UHD TV를 비롯한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도 중국의 추격이 매섭다. 아직까지는 중국 UHD TV의 국내 점유율은 미미한 상태이지만, 이는 국내에서 아직 활성화가 되지 않아서일 뿐, 일단 소비가 늘어나면 공세가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로 지난해 중국 내 1분기 UHD TV 시장 점유율은 중국이 51.8%로 한국 32.2%을 따돌렸다고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치가 분석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진짜 무서움은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이 아니라, 새로운 시장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나가고 있다는 것”이라며 “진정한 창조경제를 실현하지 않으면 중국이 ICT에서 우리를 압도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