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경쟁사 세탁기를 고의 파손한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고 있는 LG전자가 지난 12일 삼성전자 임직원을 상대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삼성은 이에 대해 관련내용을 파악한 후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LG전자는 21일 "삼성전자가 지난 9월 14일 언론에 자료를 배포해 LG전자 임직원이 삼성전자 세탁기를 손괴했다는 요지의 보도가 이루어지도록 했다"며 "삼성전자가 LG전자 측에 의해 손괴됐다며 검찰에 증거물로 제출한 세탁기 현물이 훼손된 것으로 강하게 의심돼 고소장을 제출하게 됐다"고 밝혔다.
LG전자 측은 "삼성전자가 언론사에 제공한 동영상에는 삼성전자 직원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세탁기에 여러 차례 충격을 가하는 장면이 나온다"고 주장했다. LG전자는 "그 세탁기가 삼성전자가 증거물로 제출한 세탁기와 동일한지는 확인하기 어렵지만, 만약 동일한 세탁기라면 증거물로 제출되기 이전에 훼손이 있었다는 것이므로 형사사건의 증거물에 대한 훼손, 즉 증거위조에 해당할 수 있다"고 재차 주장했다.
또 회사는 "LG전자는 삼성전자가 특정 매장(자툰 유로파센터)에서 파손됐다고 주장한 세탁기를 증거물로 제출해 줄 것을 계속 요청해 왔으나, 삼성전자는 9월 11일 매장 측으로부터 증거물을 넘겨받은 증거물을 최근에야 제출했다"며 "이는 증거은닉에 해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아직 정확한 고소내용을 파악하지 못해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며 "해당 사안을 면밀히 파악한 후 향후 대응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9월 독일 베를린 시내 ‘자툰 슈티글리츠’와 ‘자툰 유로파센터’ 두 곳의 매장에 진열됐던 자사의 세탁기를 LG전자 임원이 파손했다며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한 바 있다.
이와 관련, 혐의 당사자로 지목받고 있는 LG전자 조성진<사진> 사장은 내년 1월 CES 일정 이후에는 언제라도 출석하겠다며 검찰 조사 일정을 늦춰달라고 이날 요청했다. LG전자는 세탁기 논란과 관련해 조 사장 경우 최근 연말 인사와 이후 사업부 단위 조직 개편, 전사 글로벌 전략회의 참석, 내달 초 CES 준비 등을 이유로, CES 일정 이후에는 언제라도 출석하겠다며 일정을 조정해 줄 것을 검찰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LG전자는 독일 검찰의 불기소결정 관련 수사 자료를 한국 검찰에 제출하기 위해 조 사장의 출석 연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독일 현지 검찰은 삼성전자 독일법인이 LG전자 세탁기 개발담당 임원이 세탁기를 파손했다며 독일 검찰에 해당 임원을 고소한 사건과 관련해, 불기소결정을 내렸다.
한편, 세탁기 논란과 관련해 최근까지 LG전자 임직원 4명이 출석, 국내 검찰 조사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