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에서 다문화학교 선생님이 된 사연이 공개돼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주인공은 서울 강남경찰서 노상채(57) 경정이다.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 다애다문화학교 교실에 들어선 강남경찰서 노 경정은 갑작스러운 박수 세례에 깜짝 놀랐다.
이번 학년도 마지막 한국어 수업을 맞아 학생들이 지난 8개월간 한국어를 가르쳐 준 노 경정을 위해 깜짝 이벤트를 마련한 것이다.
노 경정은 내년 정년퇴임을 앞두고 공로연수를 받고 있다.
40여분간의 수업이 끝나자 한 학생이 일어나 감사편지를 읽었고, 다른 학생들은 내복과 작은 감사패를 전달했다.
노 경정이 이 학교 학생들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지난해 강남경찰서에서 열린 경찰의 날 행사였다.
당시 이 경찰서 청문감사관이었던 노 경정은 학교 측에 재능기부를 원하느냐고 물었고, 학교 측은 강남서에 올해 초 한국어 교사를 파견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이에 노 경정이 직접 재능기부에 나서 이달 15일까지 8개월여 동안 매주 월요일 오후 2시간씩 아이들을 가르쳤다.
노 경정은 2012년 서울교육대에서 한국어 교원양성 과정을 수료했다. 내년에 퇴직하면 다문화 가정 자녀를 도우면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겠다고 마음 먹었기 때문이다.
노 경정은 매주 신문에서 흥미를 느낄 만한 내용을 골라 설명해 주고 경찰 업무와 관련된 재미있는 일화 등을 엮어내며 학생들을 수업으로 끌어들였다.
우즈베키스탄 출신인 김리나(14)양은 “처음에는 신문에 한자어도 많고 어려워서 읽고 싶지 않았는데 조금씩 한자어도 알게 되면서 흥미를 갖게 됐다. 한국어를 가르쳐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희용 교장은 “교통비 정도는 드리려 해도 전혀 받지 않고 오히려 자비로 매주 수십부씩 신문을 사오고 학생들에게 피자를 돌리기도 했다”며 “내용 측면에서도 다양한 이슈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넓혀준 고마운 수업이었다”고 말했다.
노 경정은 지난 2002년에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증도 땄다. 그는 “내년에는 한국어 수업뿐 아니라 고궁 등 문화재를 탐방하며 아이들에게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역할도 맡을 생각”이라고 밝혔다.